이 같은 움직임은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밝혀온 "규제 완화와 경쟁촉진을 통해 증권산업의 혁신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발언뿐 아니라 원칙 중심으로의 감독 방향을 제시한 '금융감독 선진화 로드맵'의 취지와도 배치된다는 게 증권가의 반응이다.
31일 금융감독당국과 증권.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금감위는 신용융자 한도 등의 업계 자율 사안들을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으로 묶어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감위는 올 들어신용융자 잔고가 7조원을 넘어서는 등 증권사의 신용공여가 급증함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업계 자율로 신용융자를 축소하도록 한 데 이어 신용융자 한도를 아예 감독규정으로 만들어 규제하기로 했다.
금감위는 또 자율 사안인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도 자산운용협회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펀드 대중화에 힘입어 자산운용사의 입김이 세진 만큼 펀드의 의결권 행사가 기업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의결권 행사를 위한 구체화된 기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미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 운용사들이 자체적인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해 공시하도록 의무화돼 있어 정부 주도의 가이드라인이 수익자 이익과는 무관하게 운용사의 자율권을 제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증권사 자율성을 훼손하고 지나치게 간섭하려 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신용융자 등도 증권사가 리스크관리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만큼 증권사 자율에 맡겨도 충분하다"고 반발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펀드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 "금융기관들이 재벌 눈치를 보는 국내 여건에선 협회가 아닌 독립적인 별도의 기구를 통해 의결권 행사를 위한 모범사례를 만들면 운용사와 기업 간의 뒷거래 등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으나 정부가 나서 규제 목적 등으로 지침을 만들 경우 경영권 분쟁 등의 문제에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가 내부의 적정한 절차에 따른 이뤄진 것인지, 수익자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등에 대한 공시 등을 강화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으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제약을 주는 것은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거대해진 자본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사례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도 출렁거리면서 펀드런(펀드 대량 환매) 가능성이 제기되자 금감위 내부에서는 은행 등의 예금자보호와 같은 펀드 수익자 보호 장치 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자체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펀드는 원칙적으로 실적배당 상품이어서 전세계적으로 펀드 수익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검토를 중단했다.
이외 재정경제부도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과 관련, 거래소 산하의 시장감시위원회의 인사, 예산 등을 대통령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거래소의 수수료 결정도 재경부 심의와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거래소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해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비난을 거래소 노조로부터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