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표정-미세한 '심(心)적' 균열
참여정부 마지막해인 2007년 11월1일은 결국 전국 1만8000명 국세공무원들에게 꽤나 오래도록 잊지 못할 '긴 하루'로 남게 됐다. 현직 국세청장의 검찰 소환 조사라는 사상 초유의 대형사건이 현실화된 날이기 때문이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1일 오전 10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부산지방검찰청에 출두할 예정이다. 전 국세청장은 이 날 새벽 비행기 대신 자신의 승용차로 부산으로 내려갔다.
검찰은 전 국세청장이 부하직원이었던 정상곤 전 부산청장으로부터 6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상납받았는지 여부와 함께 이병대 부산청장을 움직여 '입막음'을 시도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려 갔지만 조사결과에 따라 '피의자'로 신분으로 변하게 되면 사법처리(구속영장 청구 등) 절차를 밟는 다는 것이 검찰의 내부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일각에서는 이 날 소환 조사가 '지구전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말 그대로 검찰과 전 국세청장간(국세청간) 치열한 신경전으로 인해 소환 조사 자체가 내일 새벽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호랑이 굴'로 직접 걸어 들어간 수장이 검찰 조사에서 의혹을 깨끗이 씻어내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만 '최악의 경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밑바닥 정서에서부터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 국세청장이 평소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만큼 검찰 조사를 통해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믿는다"며 "진실 규명도 규명이지만 사건이 조기에 종결, 현안 업무 추진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업무 성격상 수장의 부재로 인한 업무 차질은 빚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들의 설명. 다만 그 동안 무수한 의혹제기에 따른 검찰 소환 조사 등 일련의 상황전개에 따른 미세한 심적 동요만이 감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이 날 오전 일부 조간신문이 "전 국세청장이 '관행에 따라 업무협조비조로 정상곤씨에게 몇 차례 돈을 받았지만 6000만원보다 훨씬 적었다', '지방청장이 예산을 절약해 모아 본청장에게 건네는 것은 국세청 관행'이라고 청와대에 해명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자 가뜩이나 '불난 집'인 국세청은 또 한 번 '기름'을 뒤집어 쓴 모습.
국세청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이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닌 왜곡된 허위보도"라며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엄정한 법적 대응을 통보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그 동안에 제기된 의혹도 대부분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며 "오늘(1일) 일부 조간신문이 보도한 내용은 국세청이라는 조직 자체를 잘 알지 못한 이들이 지어낸 '소설'이다"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