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 상납, '입막음' 시도 의혹 등 '진흙탕' 양상
검찰, "(상납)증거 있다"-사법처리 등 강경태세
현직 국세청장이 부하직원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상납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는 사태가 현실화 됐다. 국세청은 지난 1966년 개청(開廳) 이래, 16명의 청장을 배출한 이래 '최대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전 국세청장은 1일 오전 10시 55분경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 새벽길을 달려 '호랑이 굴' 부산지방검찰청에 출두했다.
이에 따라 전 국세청장은 뜻하지 않게(?)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 건설업자 김상진씨 등 '부산 인맥'들이 연루된 정치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됐다.
검찰은 그 동안 전 국세청장이 정 전 부산청장으로부터 6000만원의 뇌물을 상납 받았다는 구체적 진술 및 정황을 포착, 수사의 자신감을 얻은 상황이다. 검찰은 조사를 통해 전 국세청장의 비위사실을 파헤쳐 사법처리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병대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정 전 부산청장에게 '(뇌물 상납)진술을 번복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얹혀져 국세청으로서는 여러 면에서 수세적인 상황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멀리 떨어진 '남의 집' 부산지검에서 조사가 진행, 더욱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울한 11월의 첫 날을 맞은 전국 1만8000명 국세공무원들의 눈과 귀는 하루종일 부산지검으로 걸어 들어간 전 국세청장의 '입'과 이를 받아 적은 검찰의 '판단'에 쏠릴 전망이다.
□ '국세청 40년' 사상 최대 위기-또 하나의 '오점' 될까?=현직 국세청장이, 그것도 '뇌물상납'이라는 의혹을 뒤집어쓰고 검찰에 붙들려 갔다는 점에서 국세청은 말 그대로 초비상 사태다.
현재까지는 전 국세청장의 '결백'을 확신하는 분위기지만 검찰 조사결과에 따라 사법처리 절차 진행이라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이렇게 될 경우 국세청의 신뢰와 명예실추는 물론 돌이킬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된다.
개청 40년, 16명(전 국세청장 포함)의 청장이 배출됐지만 현직 청장이 뇌물사건에 휘말려 검찰에 소환된 것은 처음 있는 일. 그 동안 국세청장들이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 사법처리 된 경우는 많았다. 다만 '현직'이 아닌 '전직'이라는 타이틀만 달랐을 뿐이다.
군인(軍人)출신인 제5대 안무혁 청장과 제6대 성용욱 청장은 1987년 대선과 관련해 불법 선거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9년 뒤인 1996년 징역형을 선고받았었다. 성 전 청장은 재임기간 중 부인이 뇌물을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9개월만에 퇴진했다.
제10대 국세청장인 임채주 전 청장은 최대의 정치스캔들 '세풍(稅風)'사건에 휘말려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으며 제12대 국세청장인 안정남 전 청장은 건교부 장관 영전 후 부동산 투기 혐의 등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장관취임 23일만에 좌초됐다.
제13대 국세청장을 지낸 손영래 전 청장도 퇴임 후 썬앤문 그룹 세무조사 관련 감세지시 및 기업체로부터 '용돈'을 받은 혐의로 옥고를 치른 바 있다.
□ '진흙탕 싸움'-진실은?=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의 '폭탄 진술'로 촉발된 이번 사건은 이와 연계된 다른 의혹들이 속속 제기되면서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국세청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검찰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기관대 기관(국세청, 검찰)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국세청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증거확보 없이 현직 청장을 뒤흔든 검찰에 대한 조직적 반감도 표출되고 있다.
당초 6000만원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이 과정에서 이병대 부산지방국세청장의 '진술 번복 요구' 의혹이 곁들여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정황을 포착하고 있다고 큰소리 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이 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언론은 엄청난 돈로비를 벌인 부산지역 건설업자 김상진씨가 정 전 부산청장을 '통로'로 삼아 전 국세청장에게 거액의 금품을 따로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국세청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 현직 국세청장 소환 조사, 과감하거나 혹는 위험하거나(?)=전 국세청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는 이미 예견된 일. 검찰은 그 동안의 수사결과물을 토대로 전 국세청장에 대한 소환조사 후 사법처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 국세청장이 받은 6000만원의 뇌물과 관련, 계좌추적 등 수사를 벌여 왔고 "구체적인 상납 정황 등을 이미 확보했다"며 사법처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이 아직까지 관련자들의 진술만 확보했을 뿐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직 국세청장을 직접 흔들어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전 국세청장을 조사해 물증을 찾아내지 못한 채 수사가 늘어질 경우 검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쉽게 말해 '속전속결'하지 못하면 향후 대선 정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더러 여론의 반발을 사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에 따라 수사에 자신감을 보여왔던 검찰도 전 국세청장의 소환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세청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검찰이 부담감을 의식, 무리한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오늘(1일) 부산지검의 조사를 비롯해 이 사건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뜨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