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용산·종로 일대 금은방 등 휩쓴 '세파라치'…영세상인들 '덜덜덜'
지난 7월부터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한 사업자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현금영수증 신고 포상금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포상금을 노리는 전문 사냥꾼들인 일명 '세(稅)파라치'가 활개를 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세파라치들의 활동이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업체를 신고해 영수증 발급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순기능 보다는 철저히 포상금만 노리며 영세사업자들을 함정으로 빠뜨리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 '악성 세파라치'들은 현금영수증 발급이 어려운 영세사업자들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각 구역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현금영수증을 끊어주지 않도록 유도해 촬영한 후 그것도 교묘하게 편집과정까지 거쳐 신고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세파라치 양성을 위한 전문 카페와 학원마저 우후죽순으로 개설돼, 1:1 맞춤교육 등 일정액의 수강료를 받고 '포상금 노하우'를 암암리에 전수(?)하는 등 전문 포상금 사냥꾼을 양산하고 것도 문제로 파악됐다.
■ 목동일대 휩쓸고 지나간 세파라치…상인들 '분통'
조세일보가 14일 서울의 종로·용산·양천구일대를 취재한 결과 금은방과 편의점, 소규모 식당 등 한 해 수입금액이 2400만 원도 채 안되는 영세자영업체가 주로 세파라치들이 노리는 신고포상금제의 타켓이 됐다.
양천구 목동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L모씨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찾아와 금반지 반
| 돈을 사면서 '현금을 낼 테니 좀 싸게 달라. 현금영수증은 필요 없다'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얼마 후 세무서에 신고됐고, 결국 영수증 미발급업체로 찍혀 주의조치를 받았다"고 말했다. |  |
또 다른 상인은 "현금영수증으로 당한 사람은 L씨뿐만이 아니라, 직업인(세파라치) 몇 명이 양천구 일대를 다 훑고 지나간 것 같다"며 "이들은 현금영수증 발급이 어렵거나 현금거래를 유도하는 사업자들이 밀집한 상가일대를 의도적으로 파고드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상인은 "요즘같이 장사가 안될 땐 꼭 내야 할 세금도 사실 큰 부담이라서 '그래선 안되지'하면서도 현금으로 내려는 사람은 좀 깎아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며 "이런 심리를 이용해 꼬드기면 결국 넘어가지 않을 상인은 드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상인들은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카드를 내면 웃돈을 요구하는 상인들이 신고로 걸렸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며 "현금영수증을 주려고 해도 거부한 사람이 신고한 내용을 믿고 포상금을 주니까 상인들 마음이 아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용산·종로 일대도 10월 100여명 피해…주요 피해지역
금은방이 밀집된 종로구 일대와 용산구 일대 전자상가 등도 세파라치로부터 큰 피해를 본 지역. 이 지역은 예전부터 세원노출을 우려해 현금영수증은 커녕 신용카드 등 거래보다는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 상권이다.
당연히 이들 상권을 중심으로 세파라치들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봤는데,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한 편의점 사장은 지난 10월경 30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와서 물건을 사더니 "급하니까 현금영수증은 됐다"고 해서 무심코 현금영수증을 끊어주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그는 "나중에 그 사람들은 현금영수증을 끊어주지 않은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세무서에 신고를 했더라"며 "한 사람이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는 동안 나머지 한 사람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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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터 발급 거부 때까지를 집중 촬영했더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지역 상인들은 "지난 달 종로와 용산에서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자에 대한 신고건수가 무려 100건이 넘는다고 들었다"며 "이 중 대부분이 금은방과 편의점 등 영세자영자를 타켓으로 삼아 촬영한 녹화 테이프"라고 설명했다. |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당국의 눈을 흐려 포상금을 지급 받는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세금으로 조성된 나랏돈으로 자기 뱃속을 채우는 행위.
그러나 현실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이 같은 '나랏돈 빼먹기' 비법이 광범위하게 전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비법을 전수 받는데 대한 소정의 '수강료'까지 내는 등 전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비단 세파라치 뿐만이 아니다. 쓰파라치(쓰레기 불법투기 신고), 봉파라치(1회용 비닐봉지 무상제공 신고), 식파라치(식품위생법 위반신고) 등 포상금 제도와 연관된 모든 파라치들을 망라한 '파라치 전문 양성소'나 다름없는 셈.
현재 인터넷에 개설된 포상금 전문 카페는 약 30여개에 이르고 이른바 '포상금 헌터'를 양성하는 학원도 수 십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포상금 헌터 학원의 경우 헌터를 희망하는 초보자들에게 일정액의 수강료를 받고 '포상금 사각지대' 또는 '적발되지 않고 촬영하는 기법과 편집' 등을 교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포상금 헌터 학원 등에 따르면 수강료는 보통 25만원에서 최대 35만원이며 교육은 장비사용법과 포상금 지급규정, 한 사람이 다른 사람 명의로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 등을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특수장비 구입 명목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도 있다. 다만 이 비용은 학원마다 천차만별이며 일부 학원에서는 수 십만원에 불과한 장비를 100만원 넘게 받고 파는 등 또다른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신고포상금 제도는…
정부는 지난 7월부터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사업자를 신고할 경우엔 건당 5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하는 신고포상금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거나 이중가격 제시, 신용카드 결제거부 및 수수료 전가 행위를 한 사업자를 거래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입증할 자료와 함께 신고할 경우, 건당 5만 원(1인당 연간 200만 원 한도)의 포상금을 지급토록 하고 있는 것.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했다고 신고된 사업자의 경우 신고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거부금액 대비 5%를 소득ㆍ법인세 가산세로 추징 당하게 되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50만원에 달하는 벌금도 추가로 내야 한다.
이 제도는 신고포상금 지급이 전문적인 '꾼'을 양성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 자영업자 과세정상화를 위해 도입된 현금영수증제도를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시민감시시스템이 가장 효과적인 담보수단이란 판단에서 도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