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이 16일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대주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광주지검은 대주그룹 계열사의 대규모 탈세를 묵인하고 회사 자금 일부를 횡령한 혐의(특경법상 조세포탈)로 허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광주.전남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주그룹 총수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지역 주민들과 경제계는 향후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우려하며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81년 광주.전남지역에서 대주건설을 모태로 형성된 대주그룹은 현재 대주건설, 대주주택, 대한건설, 대한조선, 대한시멘트, 대한화재보험, 동양상호저축은행, 광주일보, 리빙TV, 다이너스티골프장 등 조선, 해운, 제조, 건설, 미디어, 금융, 레저, 문화 등 7개 사업분야에 총 1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지난 해 매출액 2조 2천억 원으로 재계 순위 52위의 지역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주그룹은 그러나 허 회장에 대한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대주그룹이 흔들릴 경우 5천여 명에 이르는 계열사 근로자의 실업문제, 그룹에 6조 4천억 원 가량을 대출해준 금융기관의 손실 가능성, 1천500여 개 협력업체의 줄도산 위기, 대주건설이 시공한 1만여 가구의 아파트 입주 대기자 및 3천여 가구의 임대아파트 거주자가 입을 피해 등 심각한 파장이 일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광주.전남지역에는 대주건설, 대한건설, 대한조선, 동양상호저축은행, 대한중공업 등 대주그룹의 많은 계열사와 사업장이 자리 잡고 있어 이 지역 주민들과 경제계의 우려는 더욱 크다.
대주그룹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모기업인 대주건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 채무 상환액이 5천200억 원에 달한 가운데 국세청 세무조사와 이어진 검찰수사로 자금난이 심화하고 일부 금융기관의 상환 압박이 가중되자 대주그룹은 대한화재와 대주건설 등 일부 계열사와 골프장 매각을 추진하는 등 자구책 시행에 들어갔지만 그룹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져 경영환경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허 회장이 검찰에 소환될 때만 해도 지역 경제계에서는 사전 구속영장까지 청구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주 그룹이 법적 제재를 당할 경우 지역 경제에 대한 파장이 클 것이라는 우려 속에 일부 지자체와 기관장 등이 선처를 호소하는 등 동정적인 여론도 일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 같은 예상을 깨고 허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앞서 "대주그룹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탈세를 용납한다면 사회의 기강이 붕괴될 것"이라며 "지역 기관장들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는 커녕 부패를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일각에서는 대주가 거대 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 지역발전을 위해 별로 애쓰지 않다가 정작 위기가 닥치자 뒤늦게 지역경제를 볼모로 현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주그룹은 최근 지역 일간지에 '지역민께 드리는 자성의 말씀'이란 광고를 통해 "그룹의 성장사를 볼때 지역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적지 않았음을 자인한다"고 밝혀 이 같은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대주그룹 측은 "현재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계열사 및 주요 자산 매각, 외자유치, 채권금융기관과의 협상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일은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허 회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룹 측은 또 "상시 고용 3만명, 연매출 7조 원이 기대되는 대한조선 해남조선소 건립을 위해 허 회장이 직접 추진중인 6천억원 규모의 외자유치가 차질을 빚게 되면 지역적으로는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