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거래법 위반 사범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불법외환거래로 세관에 적발된 외환사범은 매년 2000여건에 적발금액도 연간 3조원안팎에 달하고 있다.
세관에 적발된 사례만 이 정도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니 외환자유화에 편승해 불법외환거래를 일삼는 외환범죄의 실체는 더욱 거대하다고 볼 수 있다.
외환범죄는 환치기와 재산의 국외도피, 자금세탁 등으로 구분되는데 대부분 허위 서류를 통해 세관신고의무를 어기고 거액의 외환을 밀반출입하는 사례들이다.
특히 해외지사를 불법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많아 해외에서 발생한 부채를 국내에서 보전하는 방식의 국부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다음은 관세청이 적발한 외환거래법 위반 사례.
□외국지사에 채권 몰아주기(수출채권 미회수)=물품을 수출한 후 수입자가 파산해 채권회수가 지연 또는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현지법인을 지원하거나 재산도피를 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금을 공짜로 외국지사에 주는 셈.
외국환거래법 제7조에는 건당 미회수 잔액이 50만불을 초과하는 채권은 채권만기일 또는 조건성취일로부터 1년6개월 이내에 국내로 회수해야 한다. 물론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가 있을 경우 회수기한을 연장할 수는 있지만 재산도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고의적으로 회수를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A사는 해외현지법인의 운영자금을 지원할 목적으로 물품을 수출한 후 수출대금을 지금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으며, B사의 경우 국내본사가 해외현지법인에 수출한 물품대금을 영수하지 않고, 이를 해외에 도피시킬 목적으로 현지법인으로 하여금 수입물품의 처분대금을 제3국 등에 부동산·증권·예금 등의 형태로 도피시킨 후 고의부도를 내도록 했다.
□허위 무역거래=있지도 않은 무역거래를 조작해 자금을 이동시키는 경우도 있다.
홍콩지사에서 조성한 자금을 국내본사의 유동성 확보와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한 수익제고 목적으로 중계무역대금으로 가장해 허가 없이 국내본사로 유입하거나, 중국회사로부터 물품을 수입하는 것처럼 꾸미고는 지인에게 환치기계좌로 대금을 송금하다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경우 대부분 허위계약서나 허위 선적서류 등을 이용해 있지도 않는 무역거래를 만들어 자금이동수단으로 삼고 있다.
해외직접투자는 외환거래법에 따라 재경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며, 거주자와 비거주자간의 금전대차나 채무보증을 위해서는 재경부장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허가신고가 없는 외환거래와 지급은 불법이다.
□불법상계=동일한 상대에게 갚아야 할 돈과 받을 돈이 같은 금액이라면 그냥 없던 걸로 할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국제간 외환이 오가는 경우는 반드시 신고해야만 하는 거래가 된다.
외환거래법상 수출입거래 당사자간 기존채권, 채무를 상계할 경우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지만 해외현지법인을 지원하거나 재산을 국외로 빼돌리기 위해 채권·채무를 허위로 계상하고 상계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
원양어업을 하는 P사는 러시아 합작회사로부터 수입한 수산물 대금과 합작 소속선박의 국내경비 대리지급부분을 신고 없이 상계했다 적발됐으며, L항공사는 독일 항공사로부터 회수해야할 엔진정비비용, 부품대금 등의 채권과 L사가 독일 항공사에게 지급해야할 채무인 엔진정비비용을 신고없이 상계했다가 세관에 적발됐다.
□환치기=가장 유명한 외환범죄이자 적발빈도가 가장 많은 외환범죄중의 하나는 이른바 환치기 이다.
환치기는 해외로 송금하려는 자가 국내 환치기업자의 계좌에 입금하면 국외 환치기업자가 입금사실을 확인한 후 동 금액을 해외의 또다른 송금목적인에세 송금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즉 외국환은행을 정식으로 거치지 않고도 해외로 송금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환차익 등을 챙길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 현지와 연계한 환치기 범죄가 많은데 예를 들어 중국에 원단을 수출한 후 회사직원 명의의 국내은행계좌번호를 알려주고 수출거래와는 전혀 관계 없는 자에게 수출대금을 영수하는 방법, 수출자의 요구에 따라 전혀 모르는 사람의 국내은행계좌에 신고 없이 수입대금을 입금하는 방식 등이 있다.
□은행을 통하지 않은 외국환 지급=환치기도 일종의 은행을 통하지 않은 외국환 지급에 해당되지만 폭넓게 말해 기본적으로 은행을 통하지 않고 외화를 지급할 경우 한국은행총재에게 신고토록 하고 있다.
물품 수입대금을 은행을 통하지 않고 현장에서 현금으로 직접 전달하거나 신용카드를 이용해 지급, 또는 환치기 계좌를 통해 지급하는 경우가 모두 불법 송금에 해당된다.
대만회사로부터 통신장비를 수입한 K사는 수입대금의 일부는 외국환은행을 통해 지급하고 일부는 국내에 입국한 대만회사 대표에게 현금으로 직접 전했지만 결국 세관에 적발됐다.
□제3자의 지급·영수=A로부터 물품을 수입하면서 수입대금은 A가 지정한 다른 사람에게 지급했다가 세관에 적발됐다. 대금을 지급만하면 될 줄 알았지만 외국환거래법에는 거래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영수하면 한국은행총재에게 반드시 신고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
수출입거래, 자본거래에 있어서 거래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기준으로 직접 거래와 관련된 당사자 지위가 있는 상대끼리만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중국의 G사에게서 각종 모피제품을 수입하면서 실제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세관에 신고하고 차액은 제3의 C사 계좌로 입금한 M사 역시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다.
□1만불 이상의 지급수단 불법수출입=수입품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직접 수십만불의 외화를 가지고 나가던 J씨, 실제거래금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신고하고 차액을 직접 반출하려던 H씨, 해외에서 직접 영수한 3만불을 신고 없이 들고 들어오던 Y씨는 모두 외환거래법을 위반했다.
총 금액이 1만불 이상인 대외지급수단, 내국통화, 원화표시자기앞수표 등의 지급수단을 반출입 할 때에는 세관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기 때문.
병원비의 경우 1만불이 넘으면 세관에 신고만 해도 되지만 이를 위장해 해외로 반출한 경우에는 외환사범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해외체재비·유학비·이주비 등도 지정거래외국환은행을 통해 송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휴대해서 출국할 경우에도 지정외국환은행에서 확인필증을 교부받아야 한다.
□재산국외도피와 자금세탁=앞에서 언급한 방법을 포함, 각종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경우 외환거래법, 대외무역법 등과 별개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처벌도 받게 된다.
국내에서 취득한 불법재산을 환치기나 휴대반출 등을 통해 중국으로 도피시킨 후 중국에 있는 내연녀의 명의로 주택을 구입한 B씨, 환치기계좌를 통해 4억원의 불법자금을 모은 후 제3자증여로 위장한 후 호주로 도피한 M씨, 수출채권을 국내로 회수하지 않고 일부를 미국현지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계좌에 예치하는 방법으로 국내재산을 도피시킨 A씨 등이 이에 해당된다.
대법원에서는 "국내로 반입해야할 재산을 국내로 회수하지 않고,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회계장부에 인식되지 않은 계좌에 입금시켰다면 나중에 국내로 회수하거나 회수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재산국외도피가 성립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범죄수익 등을 은닉하거나 가장·수수하는 자금세탁 역시 외환사범 외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