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IMF전후에 공적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수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이 과정에서 6000억원대의 법인세 탈루도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외환위기 10년 만에 사라진 공적자금 79조원 가운데 최소 30조원 가량이 재경부(舊 재무부)의 부당한 신탁손실 보전규정(구 신탁업법 제11조) 때문이었으며, 그 중 최소 2조원은 전혀 법적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지원됐다"며 "은행권은 떠 안은 신탁손실을 이월시켜 6000억원 이상의 탈세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 신탁자산 부당편출입 관련 검사결과'자료에 따르면 IMF 구제금융 신청 전후인 지난 1997년부터 2000년 사이 19개 시중은행들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실적신탁을 원금보장형 개발신탁으로 돌렸다.
은행들이 원금손실을 보장하지 않는 신탁자산에 대해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은행이 감당하도록 불법으로 회계를 조작하고 이 부실을 메우기 위해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것.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은 3976억원, 우리은행 5116억원, 조흥은행(現신한은행) 4959억원, 제일은행 3155억원 등 총 3조228억원에 달하는 실적신탁의 부실자산이 개발신탁으로 부당하게 편출입됐다.
심 의원은 "투자 손실로 인해 은행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적신탁을 개발신탁으로 불법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은행의 경우 3976억원 중 2821억원(편출입 규모의 71%)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미뤄 2조1000억원대의 실적신탁 손실을 은행이 불법적으로 떠 안았다"고 밝혔다.
또한 심 의원은 "이러한 불법거래로 인해 이후 최소 동일금액 이상의 공적자금이 지원되지 말아야 할 곳에 불법적으로 지원됐다"며 "이러한 불법거래를 저질렀던 은행들은 떠 안은 손실을 이월시키는 방법으로 대략 6300억원(2조1100억원×30%) 가량의 법인세를 의도적으로 포탈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시 금감원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나 지도공문발송 후 가벼운 '문책', '주의'조치만을 취했으며, 국세청도 세무조사 과정에서 금감원의 검사기록을 통해 시중은행들의 이런 불법행위를 알았으나 문제가 된 19개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에 대해서만 '부당한 손실이월에 의한 법인세 감면 근거가 없다'며 822억원의 법인세를 추징하는데 그쳤고 국민은행은 이의를 제기해 현재 법원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은행별로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불법거래와 탈세를 저질렀는데도 한가하게 지도공문이나 보내고 주의나 문책수준의 조치만 내린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고의 탈세여서 검찰에 고발조치 하는 것이 마땅한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