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보 대안 없어…일방적 '표심 끌어 안기용'
12월19일, 대통령선거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후보 개인적 부분(인간성,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다. 자신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대선 분위기는 이 같은 정책선거의 분위기를 타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따라서 각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현저히 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은 '조세정책'이다. 조세는 국가운영에 있어 가장 '필수'한 요소다. 따라서 조세정책이 각 공약의 기저를 튼튼히 받쳐 주지 못한다면 그 공약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대선후보 조세공약 '개선할 생각은 있는 것인지…'
각 후보들이 내놓은 조세공약을 살펴보면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느낌이 강하다. 일부 후보를 제외하고는 각자의 '개성' 없이 '세금을 깎아주겠다'다는 의만이 함축된 조세공약을 내놓는 것에 급급한 모습이 역력하다. 뒤틀린 조세체계에 대한 근본적 개혁의지를 담은 조세공약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아울러 자신들이 내놓은 조세공약의 '필요성'에 대한 검증마저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는 분석이다. 수 백·수 조원의 세수가 오르내릴 경우 국가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 해당 조세정책의 필요성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점검조차 부실공사 된 인상이 강하다.
한 조세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각 후보들이 내놓은 조세공약 중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공약은 전무하다"며 "매번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내용의 조세공약을 내세워 표심을 자극하려는 '포퓰리즘'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 각 후보들이 내놓은 조세공약은?
각 후보들이 조세공약을 내놓으면서 일정한 '정책철학'을 제시했지만, 이는 철학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방향성'만을 제시한 인상이 짙다. 또한 그 방향성 자체도 (세금인하라는)한 귀퉁이로 쏠려 있는 모습이다.
특히 특정 후보의 경우 현 정권이 부동산 세금인상이라는 극약처방을 동원,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반감을 산 것을 의식이라도 한 듯(?) 부동산 세금인하와 관련한 조세공약을 다수 제시하기도 했다.
일단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전면에 내세운 조세공약은 ▲유류세 인하 ▲택시 등 LPG특소세 폐지 ▲장기보유 1주택자 종부세·양도세 감면 ▲근로자 소득공제 확대 등 민생과 관련한 부분이다.
당 경선시절 이외에도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 ▲세목통합 등 체계적인 부분까지 변화를 주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제기했지만 이는 정권교체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 검토한다는 방침아래 공식적인 대선공약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도 ▲유류세 인하 ▲고용창출기업 법인세 감면 ▲장기보유 1주택자 양도세 감면 ▲일자리 유지 중소기업 상속세 감면 등의 조세공약을 내놓았다. 다만 정 후보의 조세공약은 '크기'보다는 '실용성' 측면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내놓은 조세공약은 다른 후보들이 내놓은 조세공약에 비해 '색깔'이 분명하다. ▲부유세 도입 ▲양극화세 신설 ▲상속증여세 재계산 제도 도입 등 감세가 아닌 증세 성격이 다분한 공약을 제시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부동산 세금과 관련한 조세공약(주택거래세 인하, 장기보유 1주택자 보유세 경감 등)에 역점을 둔 모습이며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뚜렷하게 제시된 조세공약을 찾아보기 힘들다(유류세 인하, 근로자 소득공제 확대).
뒤늦게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10조원 환급'을 조세공약의 모토로 내걸었다. '감세정책'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후보는 ▲전월세 소득공제 신설 ▲소득세 등 물가연동제 도입 등 한나라당이 그 동안 제시한 감세정책의 방향을 계승한 모습이다.
□ 재원확보 방안 없는 세금감면…가능성은?
한 조세전문가는 "대선 후보들이 한편으로는 무상교육 실시 등 복지측면에서 '퍼주기'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정작 이를 충당할 재원확보 대안은 뚜렷하지 않다"며 "그런데도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하는 것은 감언이설(甘言利說)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증세적인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는 민노당 권영길 후보의 조세공약을 제외하고는 다른 유력 대선 후보들의 조세공약은 일방적인 '세금 깎아주기'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세금은 깎아주되 감세로 인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국가재정의 빈틈을 메울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 마이너스(-)와 플러스(+)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마이너스(-)만을 표방하고 있다는 설명인 셈.
즉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조세공약이 단순한 표심(票心) 자극용 '포퓰리즘' 에 입각한 공약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조세전문가는 "선거 때만 실현가능성 없는 선심성 공약들을 쏟아낸 뒤 (당선되고 난 뒤)나중에는 실천을 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며 "현재 나와 있는 대선공약들도 내용만 놓고 보면 과거의 경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