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인사제도에 큰 변화의 기류가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동안 국세청장에게 집중되어 있던 인사권한이 6개 지방국세청장에게 대폭 위임, 지방청장들의 실질적인 지위가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국세청 고위직 간부(고위공무원단) 인사 시스템도 크게 변화된다. 그동안의 경우 정치권의 입김이나 연공서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개인의 업무성과와 역량에 맞는 보직을 스스로 선택하는 방식의 성과와 역량중심으로 전면 개편이 추진된다. 이에 따라 '기수파괴'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은 10일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사에서 한상률 국세청장 주재로 6개 지방국세청장 및 세무서장 등 2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국세행정 쇄신방안(인사분야)을 확정·발표했다.
지역주의, 연공서열 중심의 경직된 인사문화 개편이 국세청이 내놓은 인사쇄신의 모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될지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현재의 국세청 인사시스템을 사실상 부정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시도 자체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의 중추세력인 6급 이하 직원들의 인사권한을 6개 지방국세청장에 전권 위임함에 따라 인사권의 집중으로 인해 발생한 '국세청장 왕국(王國)현상(?)'도 사그라들지 주목된다.
□ "고위직 인사, 맹목적 '줄서기' 없앤다"
국세청은 고위직 인사(고공단)와 관련해 그 동안의 연공서열 중심 체제를 버리고 업무성과와 개인 역량에 따른 보직선택 방식의 성과와 역량중심 체제로 개편할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어렵겠지만 이 같은 체제가 뿌리를 내릴 경우 연공서열, 기수파괴 현상이 가시화되고 소위 '정실인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국세청장 개인의 판단에 주로 의지했던 인사시스템의 개편은 맹목적인 '줄서기'를 막는데도 도움이 될 전망.
국세청은 특히 고위직 인사는 ▲성과제안서 평가 ▲업무성과평가 ▲역량평가 등 세 가지를 합산한 결과를 기준으로 삼을 방침이다. 특정 직위에 공모자가 다수일 경우 이 3가지 점수를 합산해 최고점수자에게 해당직위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보직에 임용된 고위간부는 개별면담 등을 통해 '업무성과계약'을 체결하고 6개월 단위로 업무성과를 평가받게 된다. 국세청은 고위직 인사를 성과와 역량중심으로 개편, 경쟁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하위직 인사도 성과중심으로 확대실시 할 계획이다.
□ "지방청장·세무서장 인사…연고주의 끊어낸다"
그 동안 국세청은 지방청장 및 지방세무서장 발령시 '고향에 봉사할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연고주의를 중시한 인사를 운영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이 같은 인사관행을 없애고 지방청장 및 세무서장 인사시 향피(鄕避)인사를 실시키로 했다. 지역 토호들과 국세행정의 고위간부들이 유착할 수 있는 개연성을 근원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아울러 인사 사전 예고제를 실시 인사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고 본청과 지방청, 세무서의 선호직위에 대해서는 공모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 "국세청장 '인사권' 대폭 양보한다"
국세청 인사쇄신 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급이하 하위직원들의 인사권을 지방국세청장에게 전권 위임한다는 부분이다.
그 동안 국세청장은 국세공무원 인사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손에 쥐고 막강한 파워를 과시해왔다. 말 그대로 국세청장 왕국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 사실. 이로 인해 지방국세청장 직위는 (국세청 내부적으로)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무늬만 지방청장'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국세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6급 이하 직원의 인사권을 지방국세청장에게 위임한다는 것은 국세청장에 집중된 권한을 포기하고 지방국세청장 직위의 '파워'를 심어주는 '권력분산'의 의미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지방국세청장에게는 세무서장급 인사에 대한 인사제청 권한을 부여, 지방국세청장들이 지방의 유능한 간부급 국세공무원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놓을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