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국세청은 "땅에 떨어진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를 두고 인사·조사분야를 중심으로 한 쇄신대책 발표와 함께, 대책의 실천결의를 위한 대규모 모임을 가졌습니다. |
'근원적 세정쇄신으로 지속 가능한 국민신뢰 확보'를 목표로 전국의 세무서장급 이상 간부 240명이 모여 '환골탈태'를 다짐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한상률 국세청장은 인사말에 앞서 국세청 직원 중에 '미친 사람' 2명을 단상으로 불러 전국 간부들 앞에 소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 사람은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교수로 있는 한연호 사무관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동수원세무서 소득세과에 근무하는 강선경 조사관(8급)이었습니다.
한 청장은 이 자리에서 8급에 불과한 강 조사관을 즉석에서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로 임용, '미친 사람'에 대한 앞으로의 파격적인 인사를 예고했습니다. 이에 더해 240명에 달하는 관리자들에게 '미친 사람'의 발굴을 적극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한 청장이 과거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강의를 했었는데, 강의를 위해 사진 몇 컷을 자료로 준비했다는 겁니다. 당연히 아무도 모를 사진일 것 같았지만, 그래도 물어봤는데 한연호 교수가 족집게처럼 모두 알아맞히더라는 거죠.
한 유명인이 히말라야 등반 때 셀파에서 찍은 사진도 제시했는데, 이것 역시 알아맞혀서 처음엔 컨닝을 의심했다는 겁니다. 물론 이 때 한 사무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죠.
한 청장은 이후 한연호라는 인물에 대해 뒷조사(?)를 했는데 그가 '미친 사람'임을 알아냈다는 겁니다.
한 청장에 따르면 한연호 사무관은 교육원에서 세무공무원 양성에 미쳐있던 사람이었으며, 보통 교육원에서 교수 한 사람이 1년에 300시간을 강의하는데 그는 무려 1021시간을 강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의평가는 늘 1등이었고 그냥 1등이 아니라 2등과는 너무나 간격이 큰 1등이었습니다. 그는 교육원에서 신규직원들 교육 때 그들과 똑같이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수강생들과 함께 호흡, 교육원에 미쳐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또 국세청에 발을 들여놓은 지 4년차가 됐다는 동수원세무서 강선경 조사관은 지난 4년 동안 세법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무려 14회독을 했다고 한 청장은 소개했습니다.
한 청장은 "미친 사람이다. 정상이 아니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냐"며 "세법에서 시작하는 국세기본법 1조부터 맨 마지막 주세법까지 다 외울 모양이다"고 추켜세웠습니다.
○…이날 한 청장이 이들을 소개한 것은 이른바 '만들어진 스타'를 통해 2만여 국세청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였습니다.
그는 이날 "업무에 미친 것은 열정이다. 국세청에는 지금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오늘 특별히 모셨다"며 "관서에서 우수 인재를 잘 찾아내 격려하고 고무해서 모든 직원이 다같이 국세행정을 쇄신하고 일에 미치도록 관리자들이 해달라"고 특별 주문했습니다.
국세청장과 간부들이 국세청을 끌어가는 시대에서 2만명 직원들이 끌고 가는 시대로 변화된 만큼, 우수한 국세공무원 하나하나가 가진 훌륭한 창의적·혁신적 아이디어를 세정쇄신 동력으로 뭉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는 "사회적 신뢰기반을 만들지 못하면 갈등과 비용으로 3만불 5만불 시대로 올라갈 수 없는 만큼 사회적 신뢰가 중요해서 신뢰를 공공재로 봐야한다"며 "신뢰수준이 지속적으로 성장되도록 전 직원이 단합해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또 "세무조사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하고 납세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준다고 해서 국민들이 높은 수준의 신뢰를 주지 않는다"며 "국민신뢰를 한단계 높이기 위한 중요한 국세행정목표로 사회공헌활동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