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금감원이 못하면 검찰이 조사해야"
10일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심상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등이 금융감독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에 삼성중공업과 삼성상용차에 대한 특별감리를 공식 요청함에 따라 이제 삼성 분식 의혹에 대한 관심은 금융감독당국의 결정에 집중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에 대한 거대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 금감위 등 감독당국은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할 경우 감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혀 왔기 때문에 공은 감독당국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그러나 금감위는 이날 오후 곧바로 연 브리핑에서 "제출된 서류를 포함한 관련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감리착수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 놨다.
특히 감시실시를 판단하기까지 길게는 3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밝혀 감독당국이 자발적으로 감리에 나설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제개혁연대 등이 제출한 감리요청에 대한 증빙자료가 금감위·금감원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증빙에 해당하는가가 주요 쟁점이 된 셈인데 이날 감리요청서에는 사실상 분식회계 의혹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감리요청서에는 현재 확보 가능한 삼성중공업의 지난 1998년 이후의 감사보고서만으로도 매출과대계상과 대손상각비의 급격한 증가 등 분식회계의 의혹이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먼저 매출과대계상 부분은 삼성중공업의 매출채권 중 실제 거래상대방에게 청구되지 않은 진행률채권의 비중이 지난 2000년 무려 88.2%에 달하고 있으나 2006년에는 30.6%로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건설업이나 조선업의 경우 단기간에 공사나 선박의 건조가 완료되지 않기 때문에 50% 공정, 70% 공정 등 공정의 진행률에 따라 매출을 계상하게 되는데 삼성의 경우 진행률에 따른 매출채권의 인식이 실제 거래상대방에게 청구 및 회수된 매출채권보다 매우 많다는 것.
경제개혁연대 등은 삼성중공업의 경우 진행률 채권이 2004년 5000억원 감소하고, 2006년에 6500억원 감소했는데 이 시기는 삼성중공업의 매출액이 크게 증가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는 과거분식을 해소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동종업계에서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진행률채권 비중이 2004년에 51.7%, 2005년에 67.0%, 2006년 62.1%로 안정적인 추이를 보이고 있고, 매출총이익도 삼성중공업에 비해 유사하거나 낮은 것을 볼 때 삼성중공업이 진행률채권을 조정해 매출을 과대계상하고 손실을 과소계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삼성중공업의 대손상각비도 1998년 105억7300만원, 1999년 540억5300만원인데 비해 2000년에는 1368억9500만원으로 급증해 과거 누적된 대손을 한꺼번에 인식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감리착수의 핵심요소인 감사조서가 없더라도 이같은 구체적인 의견이 제시된 이상 감독당국도 계속 고민만하기는 어렵게 된 셈.
이재식 금감원 회계감독1국장은 "회계감리는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리인데 감사조서를 구할 수 없을 때라도 증빙자료를 제시하면 충분히 감리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약 감독당국이 3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소비하고도 감리 불가판정을 내린다면 삼성분식의혹의 해결은 결국 검찰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중공업이 분식회계한 부분에 대해 조선업 호황과 함께 사실상 지난 2004년과 2006년에 집중 해소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과거분식 해소시 감리 등 처벌을 경감한다는 이유로 금감원이 감리를 하지 않을 경우 검찰이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