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조세공약으로는 근로소득세와 법인세율과 누진율 동시인하, 재산세의 단계적 국세전환, 주택거래세 인하 등이 발표됐으며 유류세 30%인하 방안도 포함됐다.
이인제 후보측은 '번 돈'의 세율을 낮추고 '가진 재산'의 세율을 높여 불로소득을 줄이고 돈 버는 것을 북돋우는 것과 주택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 주택거래와 공급을 활성화하는 것, 국세와 지방세의 배분을 재조정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지방경제를 일으키는 것을 기본방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세제 대개혁'이라는 이름에 비해 세제관련 공약의 비중이 적고 논리적 근거나 구체적인 내용은 다소 부실하다.
근로소득세 및 법인세의 세율과 누진율을 동시에 인하하고 반면 재산세의 누진율은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으나 구체적으로 얼마나 인하하고 강화할지, 세수변화는 어떻게 전망하는지, 부족세수는 어떻게 보완할지 등의 내용은 빠져 있다.
또한 특정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및 특별소비세를 지방세로 전환해 요리·쇼핑·관광·특용작물 등 특화산업을 일으키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방세로 전환할 세목으로는 전화세·주세·상속세·증여세·양도세 및 특정산업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와 유류에 붙는 특소세 등을 언급했다.
지난 2001년 9월 폐지된 전화세를 포함시킨 것은 철저한 검증과 준비 없는 공약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부분으로 특히 눈길을 끈다.
아울러 특정세목의 지방세전환을 주장하면서도 가장 큰 지방세 항목인 재산세의 국세전환도 함께 주장하고 있어 국세역할과 지방자치제를 위한 조세개혁이라는 취지가 상충되는 모양새다.
특히 재산세의 일부항목에 대한 단계적 국세전환은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문점을 던지는 의견이 많다.
부동산관련 세제로는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폐지와 취득·등록세의 인하방안을 내 놨으며, 유류세는 가장 많은 30%인하폭을 주장하며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과세 등으로 4∼6조원의 부족세수를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산세의 국세전환은 실현가능한가=이인제 후보는 재산세의 국세전환의 근거로 잘사는 시·군·구의 재산세를 그 지역에서 사용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부유한 지자체의 집값폭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잘사는 동네의 재산세를 거둬 국가가 낙후된 지역을 지원하면 지역간 불균형이 완화돼 부동산 시장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산세의 국세전환부분은 지난달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이상경 의원이 주장하기도 했던 내용이다.
이 의원은 당시 "강남구의 재산세는 2800억원인데 반해 강북구는 150억원에 불과하고, 시골 군의 재산세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엄청난 세금이 모두 강남구에만 사용돼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하고 그에 따라 집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해 전국에 골고루 배분하는 대신 부가가치세 등 물품세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방경제의 활성화와 관광산업 진흥을 추진해야 한다는 당시 이상경 의원의 의견과 이인제 후보의 공약은 거의 흡사한 내용이다.
그러나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할 경우 재원배분과 관련한 논란은 불보듯 뻔한 일로 강남지역 주민들이 과거 동일한 사안으로 주민투표까지 실시하는 등의 사례가 전국적으로 발생할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지자체간 세수불균형을 완화한다는 측면이 있겠지만, 재산세 비중이 높은 수도권 및 서울 강남지역 등의 지자체에서는 갑자기 줄어드는 세수에 대한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도 "재산세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지방세로 하고 있는 세목이고 재산세는 지방세에 가장 잘 맞는 세목인데 이것을 국세로 가져가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대안마련이 가장 중요하다"며 "오히려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해야할 것이 더 많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