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세금에 '물가연동제' 도입‥실현 여부 관건
정규직 채용시 법인세 감면‥실패한 제도 답습?
이회창 대선후보(무소속)의 조세공약은 작은 정부를 통한 대대적인 감세를 표방하고 있다. 정부예산을 10% 줄여 알뜰한 정부를 만드는 대신, 10조원의 세금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게 핵심.
이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내놓은 4조2000억원 규모의 감세공약보다도 두 배가 넘는 공약을 제시,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만회한다는 방침이다.
세부 내용에서도 모든 세금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공약을 제시했으며, 서민생활과 연관된 소득공제 확대와 법인세율 인하 등 감세정책을 두루 표방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예산 축소와 물가연동제 도입 등에 대한 취지는 좋지만, 당장 실현가능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기업이 정규직을 채용할 경우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공약도 정부가 당초 실효성이 없어 시행 2년만에 거둬들인 제도를 다시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모든 세금에 물가연동제 도입‥실현가능성 문제= 이 후보는 물가상승 이상으로 세금이 늘지 않도록 소득세, 재산세, 유류세 등 소비세 등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한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소득세에 한해 물가연동제를 도입한다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공약과 한나라당의 정책방향에 비해 대상을 크게 넓힌 것.
물가연동제는 물가가 오를 경우 실질소득을 감안, 과표구간 등을 상향조정해 세부담을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세제는 정치권과 각계의 의견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처럼 안정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 힘들다"며 "세수가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서도 마땅한 세원확보방안이 없어 현실적으로 힘든 제도"라고 말했다.
조세전문가들 역시 모든 세목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세법이 복잡해질 우려가 있고, 실현 가능성도 적다는 분석이다.
조세관련 학회의 한 전문가는 "모든 세목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 세율이나 과세구간 등 세법체계가 복잡해진다"며 "납세자의 편의를 위해 세법을 간소화하는 추세에 역행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유류세의 경우 가격에 대비해 리터당 세율이 정해져 있는 종량세로서 이미 물가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물가연동제 도입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려면 과표구간, 세율, 공제부분 등을 물가에 연동할 수 있는 장치가 엄격하게 마련돼야 한다"며 "많은 연구가 필요한 문제인 만큼 단기간에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규직 채용기업에 법인세 감면‥"실패한 제도를 재탕?"= 이 후보는 고용확대를 위해 기업의 신규 채용시 세제지원을 해주는 '임금보조채용보상제'를 도입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는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Job Creation Tax Credit' 제도를 원용한 것으로서 정규직을 신규 채용할 경우 근로자 1인당 세금(법인세)을 감면해주고 법인세를 내지 않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임금보조를 해주겠다는 것.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고용창출을 위해 세제감면을 해주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없어 2년만에 폐지된 바 있다.
지난 2004년 당시 정부는 상시근로자 인원이 직전년도 근로자수를 초과한 경우 추가고용인원 1인당 100만원을 법인세 등에서 공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용증대특별세액공제' 제도를 시행했으나, 효과가 적어 2005년말 전격 폐지했다.
감면효과가 크지 않고 특정기업에만 혜택이 몰린다는 이유에서 였다.
한 조세전문가는 "기업의 고용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는 감면효과가 크지 않고 특정기업에만 혜택이 몰린다는 문제가 있다"며 "정부에서조차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둬들인 제도를 다시 시행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 소득공제 확대, 법인세율 인하 등 10조원 감세‥재원 마련은?= 이 후보의 조세공약에는 서민들의 생활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세금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전월세 대출금, 교육비, 보육비 등에 대해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특별소비세 부담을 경감한다는 것.
아울러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율을 현행 '1억원 이하 13%, 1억원 초과 25%'에서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 25%'로 바꾸고, 중소기업 최저한세율(비과세·감면혜택을 받더라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도 10%에서 7%로 낮춰 영세기업의 실질적인 세부담을 줄여 주는 방안도 제시돼 있다.
이 후보는 이러한 감세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총 10조원의 세금을 돌려준다는 방침이다. 대신 정부 예산은 10% 줄여 감세에 대한 재원을 확보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이와 관련 한 조세전문가는 "감세를 위해서는 재원마련을 위해 기존의 정부조직과 예산을 줄이는 것이 필수 요소"라며 "작은 정부의 실현 여부에 따라 감세정책의 성패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