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현직 국세청장·국세청 국장 구속수감
연이은 '직원 비리사건'…'겉과 속' 달랐던 국세청
퇴색한 '따뜻한 세정'…한상률 청장 '희망' 되살릴까
2007년(정해년), 국세청은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수식어 외에는 다른 말이 어울리지 않은 한 해였다. 한 해를 마무리해 갈 시점 상상하지 못했던 '참사'까지 빚어지면서 41년 지켜온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국세청이 지난해부터 내세웠던 '따뜻한 세정'은 성공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좌초됐다. 따뜻한 세정의 기수(旗手)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면서 영어의 몸이 됐기 때문.
그러나 희망이 완전히 단절됐다고 볼 수는 없다. 한상률 국세청장이 따뜻한 세정의 발전적 계승을 표방하며 어수선한 국세청 분위기를 수습할 구원투수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8년은 단순한 '새해'의 의미와는 별개로 '새로운 시대(정권교체)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해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은 '변혁'의 다른 말이다. 국세청도 강도 높은 변혁의 요구를 헤쳐나가야 할 접점에 서 있게 됐다는 것이다.
□ 사상 초유의 현직 국세청장·국세청 국장 구속사태 = 정상곤 전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이 부산국세청장 시절 부산지역 건설업자 김상진씨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 될 때까지만 해도 사건의 부피가 커질 것이란 예측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지난 10월23일 모 언론에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정상곤 전 국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보도가 터져 나오면서부터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결국 사상 초유의 현직 국세청장 검찰 소환조사에 이어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검찰에 구속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
이 사건으로 인해 국세청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아울러 후임 국세청장 인선과정에서 외부인사 영입 등 잡음이 일어나면서 조직이 크게 동요하는 결과물을 가지고 왔다.
□ 연이은 직원 '비리사태'…겉과 속 다른 국세청 = 올해는 국세청 직원들이 연루된 사건사고가 많이 터져 나와 국세청의 신뢰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렸다. 연초부터 지방 세무서 직원이 나라 땅을 팔아먹고 도주하는 '희대의 사기극'이 조세일보 단독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또한 일선 직원들이 세무조사 등 무마 청탁의 댓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해 사법처리 되는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특히 지방 세무공무원이 세무조사 종결을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후 금액이 큰 것 같아 9000만원을 돌려준 사건은 '세무공무원의 손가락 한 개는 1억원'이라는 말을 만들어 낼 만큼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었다.
이밖에도 현직 국세청장의 구속수감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시기, 전직 세무서장 등이 세무조사 업체로부터 2억원의 뇌물을 수수, 검찰에 붙들리면서 국세청을 바짝 긴장시키기도 했다.
□ '변혁'의 요구, 그리고 국세청의 2008년은? = 2007년에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사고는 국세청으로부터 아주 중차대한 과제를 안겨줬다. '변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능동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과제다.
현직 국세청장이 '인사청탁'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상납 받아 구속수감되는 사건은 진실규명의 차원을 넘어 국민들로부터 국세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은 곧바로 국세청의 강도 높은 '변혁'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도 최근 대대적인 '쇄신방안'을 대·내외에 발표하고 즉각적인 행동을 통해 능동적인 변혁을 꾀하고 있다.
국세청의 입장에서 2008년은 상당히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변혁에 대한 요구를 수용한 '행동양식(쇄신방안)'을 본격적으로 국세청 저변에 심어내는 한 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국세청에 가장 어울리는 전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이다. 과거의 어두운 이면을 씻어내고 새로운 국세청이라는 소프트웨어를 2008년 대한민국이라는 하드웨어에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희망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난국 속에 피어난 희망의 '내성'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생긴 희망에 비해 그 크기와 강도가 클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