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모두 결혼시키고 올해 환갑을 맞이한 A씨는 요즘 노후자금을 좀 더 마련하기 위해 적당하게 돈을 굴릴 방법을 모색하느라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은행 예금으로는 뭔가 아쉽고, 계를 통해 목돈 저축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이미 하고 있는 친목계도 많은 것 같고, 세를 주고 임대료를 받고 싶지만 집 두 채를 감당할 생각을 하면 부담이 컸다.
그러다 얼마 전 가족모임에서 특허를 획득해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조카 B씨의 얘기를 듣게 된다. 사업자금 마련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B씨는 A씨가 노후자금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이 시작할 법인의 대표이사 명의를 빌려주면 매월 일정 금액의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A씨는 사업 전망도 있고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만으로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B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B씨는 A씨를 법인의 대표이사로 해 사업자 등록증을 교부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특허 상품이 본격적인 상품가치를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올라 A씨에게 떨어지는 명의대여 비용이 건물 임대료만큼이나 쏠쏠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B씨의 회사는 정기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서 모든 일이 틀어졌다.
A씨는 집으로 날아온 1억2000만원의 종합소득세 고지서를 받게 된 것. 사실상 세무조사를 하는지조차 관심 밖이었던 A씨는 세금 고지서에 박힌 금액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명의대여로 세금 뒤집어 쓸 수도= B씨의 회사가 법인세법상 손금을 산입, 법인세혜택을 받았던 부분이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인정 불가'로 처리돼 법인세가 부과된 것.
나름의 할 말이 많았던 A씨는 세무서로 당장 쫓아가 매월 일정액의 금전적 대가를 받는 조건으로 대표이사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회사 수입이 늘어가면서 A씨에게 돌아가는 명의대여 비용이 늘어가자 아깝게 여겨졌던 B씨는 1억2000만원의 세금을 보고 남의 일 보듯 할 뿐이었다. A씨는 B씨에게 찾아가 화도 내보고, 달래보기도 하며 여러 방법을 써보았지만, 시간만 더 지체될 뿐이었다.
결국 A씨는 세금 체납으로 몇 년간에 걸쳐 예금으로 쌓아둔 4200만원이 압류돼 체납세액에 충당됐고, 금융기관 등에 체납사실이 통보돼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국세청은 "명의대여는 돌이키기 힘든 재산상 신용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명의를 빌려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