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약 청정지대를 위하여-③] 마약 못지 않은 원료물질

관세청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해경 등과 함께 국내 마약류 단속을 담당하는 밀수단속 전문기관으로서 공항만 등 보세구역 내에서 마약류의 국내 밀반입을 차단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우 강력한 마약단속 정책으로 인하여 마약청정국

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마약 밀매조직들은 이 점을 역이용하여 우리나라를 마약류 중계밀수지로 선택하기도 한다.

UN, INCB 등 국제사회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남용되는 헤로인, 코카인, 암페타민류 각성제[메스암페타민(히로뽕)·MDMA(엑스터시)] 등 마약류의 공급차단을 위하여 상호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한편, 이들 마약류의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물질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원료물질이란 마약류가 아닌 물질 중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제조에 사용되는 물질(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2조 제7호)을 말한다.

최근 국제기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국제적 감시체제를 구성·실시하고 있는 등 원료물질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무수초산, 아세톤, 과망간산칼륨, 에페드린 등 마약류 원료물질이 의약품 등 산업용 전반에 사용되는 물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약류 제조에도 사용될 수 있어 합법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도 동 물질의 국제이동시 마약류 원료물질로 불법 전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 물품의 이동을 추적, 감시(monitoring)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원료물질은 1988년 UN에서 채택된 ‘마약 및 향정신성 물질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의 부속서에 대표적인 원료물질 23가지가 명시되어 동 물질의 불법적 거래 및 사용 등을 국제적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8년 12월 동 협약에 가입하고 국내법으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원료물질 23가지를 규정하여 원료물질의 제조·수출입·매매 등을 통제하고 있다.

원료물질 23개 품목(1군 15개, 2군 8개)중 특히 1군 15개 품목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수출입 승인대상으로, 관세청은 2006년 1월 19일부터 통관시 세관장확인대상으로 지정하였으며 주로 밀수출 형태로 이루어지는 원료물질의 불법전용 차단을 위하여 수출입 통관단계에서 확인을 거쳐 검찰 및 식약청과의 합동수사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2006. 6. 27.)부터는 마약류 원료물질에 대한 효과적인 단속기반 구축을 위해 자발적으로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의 원료물질 국제 통제프로그램(과망간산칼륨 감시계획, 무수초산 감시계획, 암페타민류 각성제 원료물질 통제계획 등)에 적극 참여하여 국제협력분야에서의 한국 관세청의 위상을 높인 바 있다.

또한 외국 세관, 미 마약청(DEA) 및 UN 원료물질 통제프로그램 회원국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마약류 원료물질의 국제간 불법 전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혐의화물 발견시 국제공조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약원료물질이 마약 생산국 등으로 불법 수출될 경우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마약원료물질 공급국가라는 오명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관세청은 앞으로도 국내외 마약류 단속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 및 정보를 상호 공유하여 신속통관 등 규제완화에 편승한 합법무역을 가장한 한국 경유 마약류 및 원료물질 밀수 시도를 선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마약청정국 위상 유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김철수 관세청 조사감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