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납기준 확대도 세부담 완화 효과
1주택자 종부세 완화‥빠르면 내년 즉시 시행 가능
최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공약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구체적 실현방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세제 관련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에서도 24일 종부세 완화 문제와 관련 "어떤 식으로든 검토하고 있다"며 일부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2005년 도입된 종부세는 매년 과표적용률이 상승하는 등 과세기준이 강화돼 왔으며, 과세특례 규정도 거의 없을 정도로 참여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안정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세목.
그러나 종부세 과표적용률이 매년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정부가 종부세 도입 3년 만에 5배(2005년 4413억원→2007년 2조2947억원)가 넘는 세수를 거두는 등 세부담만 크게 늘려왔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과세기준 또는 세율을 조정하거나, 실수요자인 1세대 1주택자나 고령자 등에 대해서는 현실에 맞게 세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 당선자 측에서는 장기보유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놓고, 현재 재경부 등과 함께 종부세 완화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과세기준 6억에서 9억으로
현재 종부세 완화를 위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종부세 과세기준금액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이다.
이 당선자의 경제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 공시지가 6억원 초과 주택(종합합산토지는 3억원 초과)에 적용되는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원(종합합산토지 6억원) 초과로 상향조정한다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
이 법안은 주택 수에 상관없이 재산 보유가액에 대한 기준을 높여 공시지가 6억원~9억원 사이의 주택을 보유한 납세자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으로 절반이 넘는 종부세 대상자들이 그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완화
한나라당에서는 그동안 종부세 완화와 관련한 세법 개정안을 잇따라 제기해 왔다. 현재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계류중인 종부세 관련 입법안의 핵심은 1세대 1주택 과세특례.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 종부세를 전액 감면(공성진·남경필 의원안)하거나, 60세 이상 3600만원 이하 소득자에 대한 전액 감면(이종구 의원안) 등 다수의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 당선자 역시 장기보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특례를 공약으로 내놓고, 현재 세부 방안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실수요 목적의 1주택자에 대해 세부담이 과중해지는 문제점을 정책적으로 배려한다는 취지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과표적용률 동결
지난 2005년 종부세 도입 첫 해 50%가 적용됐던 과표적용률은 지난해 70%, 올해는 80%로 상향조정됐으며, 오는 2009년에는 100%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과표적용률을 내년 이후 동결할 경우 최소한 세부담이 늘지 않는 장치가 마련된다. 올해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에 내년 공시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과표적용률만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세부담 증가는 막을 수 있는 셈.
아울러 현재 구간별로 1~3%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주택 종부세율을 낮추는 방법도 종부세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노령자 납부유예도 검토대상
외국의 보유세 경감방안처럼 노령자에 대한 종부세를 줄여주는 방안도 검토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현재 미국(뉴욕 기준)과 프랑스 등에서는 일정소득 미만의 노인이 주로 거주하는 주택에 한해 보유세를 비과세·감면해주고 있으며, 호주와 캐나다 등에서도 노인, 장애인, 저소득자 등에 대한 보유세 감면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1세대 1주택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상속·증여·매매 등 소유권 이전시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해주는 방안(김종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은퇴노인과 같은 고령자가구의 경우 재산은 많은 반면 소득이 적어 보유세 강화에 따른 부담이 과중될 수 있는 우려를 방지하는 방안으로 꼽힌다.
□ 분납기준 확대
종부세 대상자가 내야할 세금이 많을 경우 일정액을 나눠서 낼 수 있는 분납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
현재 현행 종부세액이 1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그 세액의 일부를 납부기한 경과 후 45일 이내에 분납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대상 금액을 줄이고 납부기한을 늘려주는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종부세는 소득이 발생한 부분에서 내는 세금이 아니라 재산보유에 대해 내는 세금이기 때문에 납부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분납기준을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 종부세 완화, 내년부터 가능?
이처럼 현재 종부세의 완화를 위해 검토될 수 있는 ▲과표기준 상향조정 ▲1세대1주택자 과세특례 ▲과표적용률 동결 ▲세율인하 ▲노령자 납부유예 ▲분납 등은 모두 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고쳐서 종부세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법 개정안 자체에 대한 국회의 의결이 필요한 것.
이들 세법 개정안들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의 합의안건에서 제외돼 있어 올해 안으로 재경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새 정부가 출범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시행이 어렵다.
만일 내년 임시국회나 정기국회에서 현재 계류중이거나 새로 마련될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내년 종부세 신고기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세법의 경우 통상 시행시기는 이듬해 1월 1일부터 적용되지만 법제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소급적용을 할 수도 있다"며 "시행시기를 조정할 경우 내년부터 즉시 시행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