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각 정부 부처로부터 파견받을 인수위원 명단을 발표하자 과천 관가에서는 포함된 인사의 면면을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아예 파견자 명단에서 빠진 부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이 명단이 끝이 아니라며 후속 발표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평가 엇갈리는 재경부
재경부에서는 조원동 차관보가 기획조정분과위에, 최중경 세계은행 상임이사가 경제1분과에 각각 포함되자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조 차관보의 경우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한 선임부서의 요직을 맡고 있는 데다 직급도 정무직(1급)인 만큼 새 정부에서는 중용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인수위에 파견되자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인계를 해야 될 사람이 인수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면서 "재경부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임기 말까지 잘 유지해 다음 정부에 넘겨주어야 할 역할이 있는데 이를 비우고 간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중경 상임이사의 경우도 지난 2002년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환시장안정기금에서 3조원의 환차손을 볼 당시 국제금융국장을 맡았기 때문에 국회 등에서 질타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당시 사임압력까지 받았다가 구제됐는데 이제 새 정부에서 출세코스로 불리는 인수위에 진출했으니 안정궤도에 진입한 것 아니냐며 부러워하는 시각이다.
두 파견 간부는 모두 경기고 서울대 출신이다. 산자부 출신으로 재경부에 파견나와 있다가 이번에 인수위로 가게 된 윤수영 지역특화발전특구기획단장까지 포함하면 3명이 모두 같은 고교, 대학 출신이어서 지나친 학맥 쏠림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간부의 능력이 모두 뛰어나다는 점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재경부의 다른 간부는 "공무원은 어떤 정부에서 어떤 일을 했건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봐야 한다"면서 "새로 일을 맡겨 잘할 수 있다면 맡기는 것이고 그 여부는 당선자 측에서 평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농림부.국세청 "갈 사람이 갔다"
농림부의 경우 박현출 농업구조정책국장의 인수위 참여에 대해 대체로 "적임자가 간 것"이라는 반응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인수위의 후보추천 요청을 받고 복수 추천하지 않고 박 국장을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행정고시 25회인 박 국장은 82년 이후 25년여간 농림부 안에서 기획예산담당관,축산국장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정통 농정관료다.
지난 2006년 농업구조정책국장에 오른 뒤 지금까지 농업.농촌종합개발사업, 농협 신용.경제 분리 계획, 새만금 간척지 이용 계획,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 보완대책 등 주요 현안을 대부분 직접 관할하며 진두지휘했다.
또 기존 농업농업.농촌기본법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으로 전면 개정, 식품산업 육성의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을 주도한 만큼 식품산업 육성 구상에 대해서도 정통하다는 게 농림부측의 설명이다.
국세청도 명단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이현동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이 갈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예상됐던 인사'라는 반응이다.
이 국장이 조사 업무를 주로 하면서 기획관리와 법무, 납세자 보호 등의 업무도 하는 등 국세청 업무 전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선자 측에 국세청의 역할과 현재 진행 중인 쇄신 작업에 대해 잘 설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해양부 당혹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수위원회가 선정해 발표한 전문위원 명단에 공정위가 포함되지 않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수위에 전문위원 후보 2명을 추천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영되지 않자 당선자가 '출총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과 맞물려 공정위 업무 축소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인수위로부터 전문위원 파견 요청을 받고 추천했는데 선정되지 못했다"면서 "파견요청이 있어서 당연히 포함될 줄 알고 있었는데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로써 공정위는 인수위에 '공정거래 감시자로서의 공정위 역할'을 강조하고 차기 정부에서 공정위의 위상과 권한을 확보할 중요한 창구가 사라졌다고 보고 이같은 기조가 향후 단행될 정부 조직개편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경제질서를 바로 세우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등 공정위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고 전세계적으로도 경쟁당국의 권한과 위상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라면서 "이런 점들을 새 정부에 적극 알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역시 파견자 명단에서 빠지자 곤혹스러워 하는 가운데 이번 발표 외에 추가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조만간 전문위원 명단이 따로 나올 것"이라면서 "여기에 해수부 간부들이 포함될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위축되거나 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 산자부는 실속
산자부는 이번 인수위 구성에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실속'을 차린 경우에 해당된다는 시각이 많다.
전통적으로 인수위 담당을 맡아온 산업정책국장이 대상에서 빠지기는 했지만 대신 실질적으로 국장급 파견자가 3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경제2분과에서 산자부 관련 업무를 맡을 윤수영 전문위원(재경부 파견) 외에도 국가경쟁력특위 내 기후변화.에너지 태스크포스(TF)에 산업연구원에 파견돼있던 이강후 국장이 위원으로 포함됐다. 발표는 안됐지만 특위내 투자유치 태스크포스에도 김동선 국장이 이미 나가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투자 활성화 등 경제살리기가 산자부 본연의 임무라는 점에서도 산자부는 안도하고 있다. 특히 최우선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분야중 하나인 유류세 인하는 산자부도 이전부터 동의해왔지만 세제당국의 반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사안이어서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인수위 구성이나 새 정부의 정책방향 모두 내부에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