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상률 국세청장이 뜻밖의(?) '선물보따리'를 풀어냈습니다. 당초 '안 할 것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용하던 차에 사무관 승진인사를 단행했던 것입니다. 총 68명이 승진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항상 인사 뒤에 남는 것은 여러 가지 '말풍선'. 이 말풍선이라는 것이 참으로 처치곤란이라, '확' 터지지도 않은 채 그저 국세청 대기권에 둥둥 뜬 채 이리 저리 흘러 다니곤 합니다.
인사 뒤에 남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에 대한 '불만'들이 이 말풍선에 섞여 있곤 한데 이 같은 불만사항들이 전적으로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데서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않습니다.
□ '추천책임제' 등 도입, 공정·투명성 확보= 이번 사무관 승진인사는 한상률 국세청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승진인사였습니다. 첫 승진인사였던 만큼 '부담감'도 상당했다는 후문입니다.
이번 사무관 승진인사는 국세행정 쇄신방안에 따라 업무성과평가를 적극 반영, 우수한 인재를 뽑아 올렸다는 것이 특징. 또한 직원들과 가진 '타운미팅'에서 나온 각종 건의들을 채택해 특별승진제도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는 후문입니다.
특별승진과 관련해 '심사결과 사전공개 및 검증절차'를 도입해 적용, 특별승진 대상자에 대한 심사내용을 사전에 전 직원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는 사실상의 '여론검증' 절차를 특별승진선발 과정에 추가한 셈이지요.
또한 특별승진자 추천책임제 등을 도입해 시행하는 한편 일선 기관장의 지휘권 확립을 위해 각급 관서장 추천의견을 최대한 인사에 반영했습니다. 뒷말이 많을 수 있는 특별승진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좀더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를 많이 적용한 것입니다.
이처럼 각종 새로운 인사시스템을 적용하느라 나름대로 혼란을 빚었던 모양인지(?) 이번 사무관 인사는 당초 예상됐던 시일보다 한참이나 늦어져 승진대상자들의 애간장을 바짝 태우기도 했습니다.
□ "청별 승진자 배분, '아리송' 하다고?"= 이번 사무관 승진인사자는 청별로 ▲본청 10명 ▲서울청 16명 ▲중부청 12명 ▲대전청 7명 ▲광주청 6명 ▲대구청 6명 ▲부산청 8명 ▲국세공무원교육원 1명 ▲국세종합상담센터 2명 등 총 68명입니다.
청별 승진자 수를 다시 꺼내놓은 이유는 청별 승진자 배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현원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수의 승진자 배분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대전청의 경우 현원이 700여명 정도인데도 7명의 사무관 승진자가 나온 반면 현원 2500여명의 부산청은 '고작' 8명의 승진자만 배출,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지요.
일각에서는 '대전청은 청장의 고향이기 때문에 더 배려한 것 아니냐, 부산청은 전 부산청장 사건으로 인한 문책성 아니냐' 등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청별 승진자 배분에는 인사권자인 한상률 국세청장의 확실한 '논리'가 반영됐다는 후문입니다. 즉 최근 수 년간의 지방청별 각종 성과평가 결과를 반영, 성과평가 성적이 저조한 지방청의 몫을 상위 지방청에 일부분 떼어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 국세청장도 사전에 이 같은 일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 국세청장은 "개인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조직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논리로 일축, 오히려 한 발짝 더 나아간 인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과의 구별없이 무조건 인원수대로 승진자를 배정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불공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그럼 그렇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 특별승진, '세무대 출신의 대약진'= 이번 사무관 승진인사를 통해 총 19명의 특별승진자가 배출됐습니다. 각종 새로운 시스템 적용으로 한참 좁아진 바늘구멍을 통과, 사무관 승진을 이뤄낸 이들입니다.
본청의 경우 총무과에 근무하고 있는 이길용 사무관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특별승진한 케이스이고 서울청과 대전청에서 2명, 나머지 5개 지방청과 국세공무원교육원, 국세종합상담센터에서는 각각 1명씩 특별승진자가 배출됐습니다.
특히 본청 특별승진자들의 경우만 놓고 봐도 이번 특별승진은 '세무대 출신의 대약진'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전국적으로 19명의 특별승진자 중 본청에서만 9명이 배출됐고 이 중 8명이 세무대학 출신들이기 때문입니다.
본청 소속 승진자 중 8명(박황보, 김종문, 고점권, 김기영, 이훈구, 오태환, 이길용, 홍성범)은 세무대학 동문들임과 동시에 특별승진 '동기'들이 된 셈이지요.
□ '풍운아' 한화교 사무관의 화려한 부활= 이번 사무관 승진인사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풍운아', 한화교씨의 화려한 부활입니다. 이제는 한 사무관이라고 불러야 할 한 씨는 지난 2001년 '대형 내부고발 사건'을 터뜨려 사회적인 '평지풍파'를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2001년 당시 지방청 요직인 (대전지방국세청)감사계장으로 근무하던 한 사무관의 '입'에서 터져 나온 진실의 힘은 엄청난 소용돌이를 몰고 왔고 한 사무관 개인사적으로도 시련을 안겨줬습니다.
당시 국세청 문화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내부고발'로 인해 한 사무관은 조직 내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혀 영문도 모른 채 하향 전보되는 등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런 한 사무관이 2007년 12월 26일 승진인사를 통해 사무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내부고발자 한 사무관의 승진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조직내에 만연한 비리행위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 한상률 국세청장의 '뜻'입니다. 또한 부산청 사건으로 인해 온갖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국세청이 한 단계 투명한 조직으로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또한 국민적 시각입니다.
한 사무관의 승진은 이처럼 변화된 시대상황, 그리고 변화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는 국세청의 현 상황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인사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조직에 누를 끼친 원죄를 용서했다는 과거지향적 발상을 뛰어 넘어 조직내 비리행위를 용감하게 고발하는 내부고발자들을 우대하겠다는 한 국세청장의 '쇄신원칙'에 부합하는 인사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국세청 사람들의 평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