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뜨거웠던 대선의 분위기는 새해가 시작되면서 이내 사그라지고 국회의사당이나 주요 정당의 당사 뿐만 아니라 주변 음식점, 술집 등도 손님의 발길이 뜸해 휑하니 빈 모습이다.
이는 100일도 남지 않은 총선 준비를 위해 국회의원이나 보좌관, 그리고 정치지망생들이 선거운동을 위해 자신의 지역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총선 준비에 따른 `여의도 공동화' 현상은 4년마다 되풀이되는 것이긴 하지만, 이 번에는 10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여야 모두 큰 폭의 변화를 앞두고 있어 미래에 불안을 느낀 정치인들이 일찌감치 지역구를 향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의 경우 현역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의정보고회가 오는 9일부터 금지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지역에 내려가 의정보고회를 개최하는 데 여념이 없다.
대구의 한 초선의원은 지난 2일부터 오전 오후로 나눠 동별로 돌아가면서 하루도 빠짐 없이 의정보고회를 열고 있고, 오는 8일까지 모두 14번의 의정보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연말 이미 의원회관의 보좌진을 모두 지역으로 빼내 사전 정지 작업을 벌인 부산 지역 다른 의원도 올 초부터 지역에 내려가 상경하지 않고 있다.
경기 지역의 모 의원은 "지난 달 11일부터 도전자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지역에서 명함을 돌리며 선거운동을 벌이는 마당에 한가롭게 여의도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면서 "평소 회관에 머물던 보좌진도 모두 출장을 보내 지역을 사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가올 총선 뿐만 아니라 새 정부의 설계도 작성이 한창인 대통령직 인수위도 여의도 공동화에 한 몫 하고 있다.
차기 정부 출범을 준비하기 위해 삼청동에 차려진 인수위가 국회의원과 보좌진, 국회 전문위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 들이고 온갖 뉴스의 초점도 인수위로 넘어가면서 여의도는 정치의 중심에서 물러난 느낌이다.
그러나 여의도 공동화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부터 다음달 초까지 각 정당별로 공천심사위가 뜨고 본선 출전권을 따내기 위한 예비 주자간 각축전이 벌어지게 되면 여의도는 다시 북적이게 돼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