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세무서별 경쟁을 통해 가입을 독려하다 보니 실적 위주의 강제 가입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직원은 직원대로 납세자는 납세자대로 각종 부작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일선 세무서의 한 직원은 "월말이 되면 세무별로 홈택스 서비스 가입실적을 집계해서 서별, 지방청별로 등위를 매기는데 이러한 평가로 무엇이 좋아지는지 모르겠다"며 "민원인의 편의로 도입된 제도가 이를 운용하는 공무원들의 실적 경쟁 때문에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원도 "홈택스 서비스 가입을 권유하는데 드는 행정력 낭비가 너무 아깝다"며 "지금은 시행 초기라 별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엉터리로 입력해 놓은 휴대폰 번호, 아이디 등의 자료 때문에 나중에 발생할 문제를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홈택스 서비스와 관련한 납세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다. 회사에서 세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직원은 "홈택스 서비스 신청은 납세자 본인의 희망에 의해 자진해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요즘 각 세무서들의 가입권유는 할당량을 정해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강요 없는 서비스 신청이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도 이런류의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 납세자는 "관할서에서 홈택스 가입을 요청하고 있으나 서비스의 보안성, 안정성, 사용 편리성에 대한 확신도 없고 세무신고가 나름대로 전산화돼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세무서에서 사용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지사별로 일괄적으로 가입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난감한 지경이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세청은 막무가내다. 우선 가입부터 시켜 놓고 나중에 문제를 수습하자는 것인지 최근 들어서는 홈택스 가입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각 지방청과 세무서별로 월 목표를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가입을 늘려가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의 경우 6월말 현재 총 가입대상의 10%로 정했던 목표량을 훨씬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청 산하의 한 세무서는 홈택스 서비스 사용이 가능한 관내 3천여개 법인을 선정, 각종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집중적으로 홍보해 지난달 목표치에 200%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난히도 납세자들의 불만이 많이 제기됐던 지난달에 국세청의 홈택스 가입 실적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국세청은 견고한 하드웨어의 구축을 통해 손쉽게 소프트웨어를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가입회원을 늘리는 일에 행정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홈택스 서비스가 실생활에서 유용한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선이라 할 것이다.
납세자들이 실생활에 필요하다고 느낄 때 퍼지는 입소문이 가장 큰 홍보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