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8일까지 위원회에 대한 일제 감사를 벌인 뒤 감사 결과를 인수위에 보고할 예정이어서, 빠르면 오는 20일을 전후해 정부 위원회 개편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모든 위원회가 감사대상"..첫 일제감사 = 감사원이 정부 산하 위원회를 대상으로 부분적으로 운영실태 감사를 벌인 적은 있었으나 대통령 및 각 부처 산하 전체 위원회를 대상으로 일제 감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 "새정부의 공약대로 정부 조직이 축소.개편되면 그에 맞춰 정부의 각종 위원회도 재편될 수 밖에 없다"면서 "이에 따라 인수위측에서 감사원에 정부 위원회 일제 감사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위원회는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헌법상 위원회 4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대통령 소속 위원회 28개, 공공기관개인정보보호심의위원회 등 국무총리 소속 52개와 함께 건설교통부(37개), 공정거래위원회(2개), 과학기술부(10개), 관세청(7개), 교육인적자원부(19개), 국가보훈처(4개), 국가청렴위원회(1개), 국방부(12개), 국세청(8개), 금융감독위원회(1개), 기상청(2개), 기획예산처(6개), 노동부(15개), 농림부(18개), 농촌진흥청(3개), 문화관광부(5개), 문화재청(2개), 방위사업청(2개), 법무부(13개), 법제처(2개), 병무청(1개), 보건복지부(27개), 산림청(5개), 산업자원부(20개), 소방방재청(4개), 식품의약품안전청(2개), 여성가족부(3개), 재정경제부(18개), 정보통신부(13개), 중소기업청(6개), 중앙인사위(3개), 통계청(1개), 통일부(5개), 특허청(4개), 해양경찰청(1개), 해양수산부(14개), 행복건설청(1개), 행정자치부(24개), 환경부(8개) 등 부처별 소속 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방송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 3개 독립위원회까지 포함해 모두 416개다.
정부의 모든 부처가 적지 않은 수의 위원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위원회는 헌법(4개), 법률(334개), 대통령령(78개)에 근거해 설치됐다.
감사원은 이번 일제 감사에서 각 위원회의 ▲ 기능 중복 ▲ 업무 범위.권한 ▲ 설립 목적 ▲ 인력운용 실태 ▲ 회의 개최 실태 ▲ 예산 사용의 적정성 등을 중점적으로 감사한 뒤 위원회의 존폐 운명을 결정지을 기초자료인 감사결과를 오는 20일께 인수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416개 정부 위원회는 인수위가 조만간 확정할 정부 조직개편안과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존폐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참여정부서 52개 증가 = 정부 산하 위원회는 `문민정부' 당시인 지난 95년에는 348개에 달했으나 97년에는 380개로 늘어났다.
이후 `국민의 정부' 초기인 99년에는 319개로 줄었다가 임기말인 2001년에는 다시 366개로 증가했다.
특히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인 2003년 368개의 위원회를 보유하다 2005년에는 381개로 늘렸고 이후 2007년에는 무려 416개까지 늘어났다. 참여정부에서만 무려 52개 위원회가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특히 위원회의 남설(濫設)로 결국 정부조직이 비대해지는데다, 정부가 중요 현안에 대한 결정을 위원회로 떠넘겨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위원회가 정부와 시장.시민 사회간 협의.토론의 장을 제공해 준다는 순기능이 있는데다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반론인 것이다.
◇ `정부위원회 설치법' 제정 추진 = 논란이 거듭됨에 따라 정부는 위원회 남설을 막고 설치 목적이 달성된 위원회의 경우 자동적으로 폐지되도록 하는 등 효율적인 위원회 관리.운영을 위해 2008년중에 `정부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 보완장치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즉 위원회 설치.운영법을 통해 위원회의 난립을 막는 동시에 위원회가 정부-학계-시민사회를 연결하는 `정책결정 고위협의체'로서의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부가 95년부터 2년 단위로 정부 위원회의 정비 실적을 점검해오고 있는데도 여전히 위원회 남설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번 감사원의 일제 감사와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기존 위원회의 대폭 정비 등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