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가 11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당 수습 행보에 들어갔다.
'비상대권'을 넘겨받은 손 대표는 '새로운 진보'를 통한 제3의 길 모색을 취임 일성으로 내걸었다. 당의 노선을 실용주의와 중도 쪽으로 '우향우' 하되 진보의 깃발을 내리지 않고 국민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오는 4월 총선에서 의미있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손 대표가 이날 취임사와 기자회견을 통해 "과거의 낡은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변화와 쇄신을 향한 길을 걸어야 한다"며 사람 중심의 따뜻한 성장, 인간중심의 시장경제를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특히 "80년대 영국 유학시절 노동당이 낡은 좌파 이념을 갖고 이념싸움을 하면서 쇠락한 과정과 이후 제3의 길을 추구하면서 실질적, 실천적 진보노선을 추구하는 과정을 잘 지켜봤다"며 영국 노동당 사례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다.
단순한 견제세력의 수준을 넘어서 재창당의 각오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야당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그는 또한 '청산형 물갈이' 보다는 당분간 화합을 통한 당내 안정을 기하는 데 주력하면서 노선 변화와 쇄신 노력을 병행하는 '질서있는 수습' 쪽에 방점을 뒀다. 당내 뿌리가 깊지 않은 그로서는 섣불리 칼을 댔다가 적지 않은 '역풍'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날 취임식에는 경선론을 강하게 주장해 온 정대철 상임고문도 참석, 축사를 하는 등 일단 화합의 제스처를 보였다.
"친노다, 반노다 이런 표현은 저에게 없다", "이념의 색깔이나 과거에 얽매여 카테고리로 묶어 배제해선 안된다"며 친노세력을 비롯, 당정청 핵심 출신의 중진.원로그룹에 대한 당내 일각의 인적 청산론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인적 쇄신과 관련, 특정인을 배제하는 '뺄셈' 방식이 아닌 외부인사의 적극적 영입을 통한 플러스 전략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것. 이와 관련, 외부인사로 이뤄진 독립적인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 객관적이고 투명한 공천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천심사위원장으로는 '강금실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당장 지도부 구성작업이 손 대표의 리더십을 가늠케 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최고위원과 관련, 7석 가운데 2∼3석은 외부인사 몫으로 남겨두고 2석 가량은 여성을 기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변인에는 정봉주 윤호중 이인영 의원 등 386 인사들이, 비서실장에는 비례대표 여성 초선인 김영주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우상호 의원도 대변인 후보로 거론되나 본인이 고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386 인사들의 전면배치는 대선패배 이후 당 일각에서 책임론의 대상으로 거론됐던 만큼 이들의 기용은 당내 갈등의 소지도 안고 있다. 손 대표는 13일께 중진.원로그룹과 회동을 갖고 새 지도부 구성과 당 수습책을 논의키로 하는 등 조기에 인선 작업을 일단락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제가 받은 잔이 영광의 축배가 아니지만 기꺼이 잔을 받았다"며 "저를 버릴 준비가 돼 있다"고 비장한 각오로 '독배'를 들었지만 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전면적인 대수술의 메스를 꺼내들기 보다는 화합을 내세워 적당히 봉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초선 쇄신모임은 성명을 내고 "'10년 여당'이 가져온 뿌리 깊은 안일함과 타성, 계파정치의 폐해를 과감히 일소하고 민생개혁의 정체성으로 당 쇄신을 밀고 나가야 한다"며 당 쇄신과 재건을 위한 구체적 청사진과 일정 제시를 촉구했다. 경선파 한 의원도 "인적 쇄신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가 쇄신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놓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할 경우 이해찬 전 총리의 탈당에 이은 친노 인사의 연쇄 탈당과 충청권 의원의 동요 가능성 등 원심력이 확대되면서 당이 분열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유시민 이화영 김형주 의원 등은 이 전 총리의 거취를 보고 결단한다는 입장이어서 결행의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개혁 성향 그룹을 중심으로 개혁 대 실용의 노선 투쟁이 재연될 공산도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