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비대화, 금감원과 균형 문제는?
금감원장이 금융위 위원 되느냐가 관건
세 곳으로 나눠져 있었던 금융감독기구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가 합해져 금융위원회로 확대 개편되고, 현재의 금융감독원이 그대로 유지되는 방향으로 이원화될 전망이다.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6일 정부조직을 13부2처로 축소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를 신설하고 금감원을 지금처럼 민간조직으로 유지하는 금융감독조직 개편안을 밝혔다.
또한 금융감독원의 감시·감독기능은 현재처럼 유지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금감원장 겸임을 금지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집행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커지는 금융감독 정부조직…금융위원회는?= 새로 생겨나는 금융위원회는 총 9인으로 구성돼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2인, 비상임위원 3인 및 당연직 2인으로 구성돼 합의제 위원회 형태가 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금감위가 하고 있는 감독정책 수립 및 각종 인허가권 기능과 함께 재경부 금융정책국의 법률 제·개정권 및 금융정책 입안 기능 및 외국환거래 건전성 감독, 금융정보분석(FIU) 권한이 주어진다.
인수위는 금융정책(법령사항)과 금융감독 집행사항(하위규칙사항)을 명확히 구분해 권한과 책임의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방침.
재경부의 금융정책국과 금감위가 합해짐에 따라 계속해서 거론돼왔던 두 기관사이의 업무 중복은 해소된다. 또한 2003년, 2004년의 카드회사의 유동성 대란이 일어났을 때처럼, 재경부와 금감위가 각각 서로의 탓만 하게 되는 일도 사라지게 돼 책임도 강화된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등의 민영화를 전제로 국책금융회사의 감독기능을 맡게 될 예정이다. 또 예금보험공사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도 갖게 된다.
□무소불위 금융위…금감원과 과연 시소 타기 가능할까?= 약 10여년 간 끊임없이 논란 속에 지속됐던 금융감독조직 개편이 정부조직인 '금융위원회 신설과 금감원 유지'로 일단락 됐다.
이로써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계속적으로 주장해왔던 금감위·원의 '공적 민간기구로의 통합'은 무산됐을 뿐 아니라, 금감위·원의 통합 문제도 물 건너가게 됐다.
또한 금융감독기구가 거대한 정부조직 '금융위원회'와 민간조직 '금감원'으로 구성되면서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하는 기관으로서의 중립성과 독립성의 문제가 추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수위는 정부조직인 '금융위원회'가 확대 개편됨에 따라 불거질 수 있는 중립성, 독립성 문제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인력규모를 최소한으로 통제해 관치 금융의 소지를 불식시킨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실상 현재 금감위는 금감원의 상위조직으로 군림하면서, 본연의 역할에 맞지 않게 상당히 비대화돼 있는 상태에서 금융위원회로 재개편돼 재경부의 금융정책(법률 제정권)과 금융정보분석원(FIU)까지 얻게 됐으니, 비대화된 몸집이 더 커지게 됐다.
이팔상 고려대 교수(민감금융위원회 위원장)는 "금감위는 원래 최소한의 행정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곳이지만, 파견 인력 등이 많아 (인원이)150명 정도로 조직이 비대하다"고 밝혔다.
□금감원장이 금융위 위원 되느냐도 문제…노조반발= 인수위에 따르면 금융감독을 위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기본적 역할 분담은 유지될 예정이다. 즉 금융위원회는 감독 규정과 지침을 운영하고, 금감원은 기존의 감시·감독 기능을 유지하게 되는 것.
금감원은 역할 축소에 불안함을 나타내면서도 인수위의 발표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애매하다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수위 발표 내용으로는 애매하다"면서 "금감원장이 금융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가게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금감원장이 감독규정을 하게 되는 금융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가게 되면 금융감독 규정 문제를 어느 정도 관여할 수 있게 되지만, 위원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금융위원회의 부속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감원 노조는 이날 '인수위의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에 대한 입장' 자료를 배포하고 "관치폐해가 심각해지고, 금융감독이 선진화로 가다가 U턴해서 역주행하는 것이다"며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하고,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공적민간기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위·금감원 조직 개편일지>
2001년 초= 벤처비리 등으로 기획예산처가 금융감독기구 개편 제기
2002년 11월= 한나라당 의원, 금융감독기구 단일화 '금융감독원 법안' 국회 제출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 금감원·위 통합 방안 제기
2004년 초= 감사원 카드 부실사태 감사 및 금융감독 체제 감사 착수
2004년 5월= 청와대, 금감원 정부기구 전환, 금감위와 통합해 별도 정부조직화 잠정 결론
2004년 8월= 정부혁신위, 금감위에 재경부 감독정책 업무와 금융감독 관련 법령 제·개정 요구권 넘기는 '금융감독체제 개편방안' 발표
2005년 5월= 한나라당 의원, '금감위·원 통합 민간조직 개편 법안 발의
2006년 초= 외환은행 부실매각에 따른 감사원 감사 이후 금융감독기구 조직 개편 논란
2008년 1월 16일= 금융위원회 신설(재경부 금융정책국+금감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