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법안 영구화, 영장없는 도청허용 촉구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8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재임중 마지막으로 행한 국정연설은 미국인들이 현재 최대현안으로 여기고 있는 경제침체 극복방안과 불안심리 해소에 최우선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경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고 이라크 전쟁이 최대 핵심사안으로 집중 다뤄진 것에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토대는 굳건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성장과 고용면에서 현실적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제적 어려움을 솔직히 시인하고 긴급 경기부양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신속한 처리를 의회에 촉구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촉발된 주택시장 붕괴와 함께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작년 말부터 실물시장까지 영향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경제성장이 위축되고 고용시장까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등 경기침체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번 국정연설에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금 감면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세금감면법을 한시적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 추락하면 재집권, 업적평가 '물거품'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이처럼 경제문제 해결을 강조한 것은 집권 후반기 경제가 지금처럼 계속 흔들리면 올해 말 대선에서 공화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외의 거센 비난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테러와 전쟁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미국의 안보불안을 줄였다는 최소한의 평가를 받는 것마저도 경제가 추락하면 힘들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 경제성장이 둔화될 기미를 보이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등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 국정연설을 통해 최고 지도자가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게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경제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소비지출과 기업투자 증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의회가 최근 하원과 정부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1천500억달러 규모의 긴급 경기부양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민주 공화 양당이 초당적인 협력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에 무엇보다 감세정책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최악의 선택은 의회가 세금인상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경제의 건전성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2010년에 종료되는 감세법안이 앞으로 계속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미FTA "美에 기회"..강력추진 시사
부시 대통령은 작년 12월 미 의회에서 통과된 페루와의 FTA 비준안을 예로 들면서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의 FTA 비준안도 조속한 시일 내 의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노동자들과 농업인, 기업인들은 어느 국가에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와의 FTA는 새로운 시장이라는 기회 확보와 더불어 고용을 더욱 더 창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한미FTA 비준과 관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가장 비중이 큰 FTA라고 지적하면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의 관세인하만으로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100억~120억달러 늘어나고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해 비준안 통과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현재 계류중인 한국과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의 FTA 비준안의 경우, 이번 상반기 중에 의회에서 상정돼 처리절차에 들어가지 않으면 사실상 비준안 통과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는 것과도 결코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민주,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돼 본격적인 양당 대선정국이 시작되면 FTA 비준 여부가 정치적으로 더 이상 주목받기가 힘들어질 수 있고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이 특히 FTA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정치적 여건을 고려해 이번 국정연설에서 FTA를 강조하게 됐으며 이는 곧 임기 내에 FTA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쇠고기시장 전면 재개방 문제 등으로 그동안 답보상태를 보여온 한미FTA도 올 상반기부터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양국간 무역장벽과 비관세장벽을 허무는 FTA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무역장벽 해소를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협상도 타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표명했다.
◇테러전쟁 결코 포기 못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미군 증강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테러와 전쟁에서 적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 수단은 테러리스트들의 통신을 감청하는 것이라며 영장 없는 비밀도청을 허용해줄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가 영장 없는 비밀도청을 허용해온 법이 오는 2월1일로 효력이 만료되기 때문에 의회가 이번 주안에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테러 방어 능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수행하고 있는 테러와 전쟁에서 성과를 계속 거둘 수 있도록 의회가 예산 지원을 계속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앞으로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결코 꺾일 수 없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