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묵, 조성빈 연구위원은 29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내부거래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995~2005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상품.서비스 내부거래와 재무제표 등을 분석한 결과, 거래가 이뤄진 두 계열사에 대한 지배주주의 현금흐름권(직.간접 소유 지분) 차이가 1%포인트 더 클수록 현금흐름권이 높은 기업과 낮은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일반기업 대비 초과분) 격차가 0.2%포인트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 기업간 이익률 격차는 지배주주의 현금흐름권(지분)이 많은 기업의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과도 비례했다.
이는 지배주주 입장에서 두 기업에 대한 지분 차이가 클수록 지분이 적은 기업으로부터 큰 기업으로 더 많은 부(富)를 옮겨 수익성을 높이고, 배당 등을 통한 자신의 몫을 키우려는 동기가 강해지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예를 들어 2004년 기준 SK텔레콤과 SK C&C에 대한 지배대주주의 현금흐름권은 각각 1.79%, 56.09%이었고, SK C&C 매출 가운데 53.68%가 SK텔레콤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또 SK C&C의 1999~2005년 영업이익률은 7.0%로 같은 기간 IT 아웃소싱 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 4.2%를 크게 웃돌아 대표적 터널링 의심 사례로 거론됐다.
특히 기간별로 나눠보면 기업집단 규제 강화 등에도 불구, 보다 최근인 2003~2005년에 이 같은 '터널링'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존 '터널링' 수단이었던 낮은 이자율 대출 등 자금지원이나 지급보증 등이 규제를 받자 매출.매입 내부거래에 초점이 맞춰졌거나 기업집단 지배대주주 세대간 상속이 가속화됐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두 연구위원은 논문에서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기업관련 규율에도 상품 매출.매입 과정에서 터널링이 발행하고 있어 공시 확대 등 공적 규율 강화가 필요하다"며 "공적 감독만으로 억제되지 않을 수 있는만큼 소액주주의 피해를 사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