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기업집단들의 소속계열사간 일어나는 내부거래가 소액주주보다는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이뤄지고 있고, 이에 따라 공시확대 등으로 공적규율을 보다 강화할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마련이 시급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0일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내부거래에 관한 연구'라는 자료를 통해 "연결재무제표의 각주를 활용해 계열사간의 거래를 실질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업 의사결정권을 쥔 지배주주들이 소액주주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KDI에 따르면 일반적인 시장거래와는 달리 기업집단 소속의 계열사간 일어나는 내부거래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보를 가진 내부자들이 내부거래를 하면 효율성이 높아져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소유와 의사결정권의 분리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에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땐 소액주주로부터 지배주주로 부의 이전이 일어나는 '터널링(tunneling)'이 발생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이와 관련 KDI는 "부의 이전 가능성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 대규모기업집단의 내부거래에서 지배주주가 배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회사로 부의 이전(터널링)이 이뤄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지배주주가 배당을 1%P 더 높이 받을 수 있는 회사일수록 내부거래를 통해 일반회사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 격차가 약 0.2%P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 KDI 설명이다.
특히 이같은 터널링 현상은 총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수록 크게 나타나고 있어 내부거래가 거래대상 기업의 수익성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이 같은 부의 이전은 분석대상 기간인 1999∼2005년에서 1999∼2002보다 2003∼2005년에 더 두드러졌다는 것.
이에 따라 KDI는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기업관련 규율에도 불구, 상품 매출·매입과정에서 터널링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결과는 공시확대 등 공적규율이 보다 강화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터널링 행위가 공적 감독만으로 억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소액주주의 피해를 사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