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부조직개편 관련 기자회견의 후속조치로 대통령직 인수위 개편안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83쪽짜리 소책자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들어갔다.
이 책자는 이날부터 대통합민주신당은 물론 한나라당을 포함한 국회의원 전원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차기정부 조직개편안 참고자료'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자는 노 대통령 기자회견문 전문, 인수위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검토의견과 입장, 통폐합 대상 부처별 검토자료 순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자는 차기 정부 조직개편안의 문제점으로 인수위가 내세우는 작은 정부론, 대부처주의가 "검증안된 논리에 의존하고 조직개편의 논거가 취약하다"면서 "결국 서민과 중산층이 피해를 볼 것이고, 대부처주의의 겉모양만 따라하는 수준으로는 시스템 실패는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또 절차면에서는 "규모는 건국 이래 최대이지만 절차는 유례없는 졸속"이라고 지적했고, 내용에서는 ▲미래전략 부처 폐지로 국가경쟁력이 약화되고 ▲취약분야 전담부처 폐지로 대국민서비스, 사회통합이 후퇴할 것이며 ▲수직적 권한 집중으로 정부운영의 비효율과 과거회귀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정부 조직체계는 지난 5년 동안의 국정철학과 가치, 국정운영경험이 집약된 것이며, 신중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만들어온 것으로 현 정부는 현재 정부조직의 가치와 장단점에 대해 가장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개편안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의 책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통.폐합 대상 부처인 과학기술부, 통일부, 정보통신부, 여성부, 기획예산처, 국정홍보처와 위원회 조직의 반박자료도 함께 곁들였다.
노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도 해당 부처 국무위원들에게 "정부조직개편에 맞서 체계적인 반대 대응 논리를 좀 더 심도있게 만들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라", "해당 상임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반대논리를 펴라"는 취지로 적극적인 활동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정부조직개편안 관련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놓고 일부 장관들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개진했지만, 노 대통령은 "아니다. 내가 지금 나서서 각을 세워야 한다"며 만류를 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4월 총선 출마 의지를 갖고 이상수 노동장관 등 출마 장관들과 동시에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던 박명재 행자부장관이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것도 정부조직개편안 대응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노 대통령까지 전면에 나서 총력 대응하고 있는 데 조직개편안을 다루는 주무부처인 행자부의 수장이 공석이 될 경우 정부 차원의 조직적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과 조직개편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대통령 이.취임을 총괄해야 하는 입장 등을 감안해 불출마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