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금융감독기구 정부조직개편 개선방향' 토론회
31일 열린 금융감독기구 개편 관련 토론회에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통합으로는 권한 집중에 따른 관치금융(官治金融)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하고 금융감독위원회와 금감원을 통합해 공적 민간기구로 만드는 방안에 한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은 국회에 제출된 '금융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은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통합함으로써 권한 남용과 관치금융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국제적 추세에도 역행 하는 것이라는데 공감을 표시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금융감독기구 개편에 대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 분리 여부 ▲금융감독 수행 주체(관료 VS 민간) 논란 ▲상시감독과 위기감독 분리 여부 등을 중점 이슈로 꼽았다.
이와 관련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은 분리되고, 정책은 관료가, 감독은 공적 민간기구에서 담당하고, 감독 부실 문제는 내부통제 강화와 외적 위기 관리기구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밖에 ▲금융위를 금융정책소위와 금융감독소위로 나누고, 금융감독소위에 금감원장이 참여하는 방안 ▲금감원장이 금융위 위원으로 임명돼 감독 정책 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을 겸임해 역할 및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편 경제정책 중 금융정책을 금융위로 분리한 것에 대해 조세 및 정부지출 등의 재정정책과 외환정책 등 다른 경제정책 운영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에 금융정책을 다른 경제정책과 함께 두는 것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의 권한 강화로 인해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반 거시경제정책 담당부처에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동시에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미국, 호주처럼 예산과 기획 기능을 분리해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금융위에 예금보험공사가 이관되는 것과 관련 재정취약, 경영 인센티브의 왜곡, 손실보전 수단의 미흡으로 예보의 독립성, 책임성 강화 및 적절한 위기관리수단, 재정충실화 등이 시급하다는 내용도 지적됐다.
다음은 이날 토론자들의 주요 발언 요지.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금융정책은 관료, 상시감독기구는 민간…내부통제 도입"
=금융위는 금융정책기능, 금융시장안정기능, 금융감독 기능을 통합해 거대 부서가 된다. 여기에 금융정보분석원,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권을 보유해 그야말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한을 갖게 된다.
문제는 이것을 견제할 수 있는 정부조직은 감사원이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관이 취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말이 5년 전에 있었는데 지금 그 말이 다시 유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금융위에서 예보를 관리하게 돼 상시감독기능과 위기감독기능이 분리된다. 공적자금과 관련된 채권들이 여러 개 발행돼 있어 결국 정부의 빚인데, 독립성을 갖고 추진할 수 있도록 예보가 위상을 회복해 독립성 있는 기관이 돼야 한다.
또한 상시감독기구는 완전히 민간에서 해야한다. 현재 피감기관이 금감원에 대한 불만도 상당한데, 부당한 요구를 막고, 감독 테마를 교정하고, 불복처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민간기구로 될 때 내부통제 제도 등을 도입해 열심히 일을 하도록 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공정위가 뒤통수를 감시하는 게 좋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은행법학회 회장)
"왜 갑자기 금융위?…없었던 일로 하는 게 바람직"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금융정책 감독기구의 문제는 금융산업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정부가 바뀜에 따라 기존까지 논의돼 있지 않았던 금융위 신설이 타당성이 있는가.
법안에는 현재 재경부의 금융정책, 금감위의 감독 정책, 금감원의 감독 집행이라는 3단계로 돼 있어서 문제라고 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아니라 금감위 사무국과 금감원 두 기관의 업무의 중복성 때문에 비효율성이 문제였다.
또한 1997년도에 현행 금융감독체제가 탄생하게 된 것은 금융감독의 중립성을 확보해서 금융감독의 안정성을 유지한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데, 왜 금융위가 신설되는 법안이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
법안 목적이 금융선진화라고 돼 있는데,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통합하고 있는 금융선진화를 이룰 수 있을까 심의 우려된다. 세계적인 추세는 금융감독의 전문성, 중립성, 독립성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개편방안은 이것(금융위 신설)은 없었던 일로 해야 한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금융위 견제장치는 '대통령 리더십 적극 활용?'
인수위가 발표한 금융위에 권한을 집중시키는 데 대비책은 '대통령의 리더십을 적극 활용한다'라고 돼 있다. 정부조직개편에 힘을 썼던 한 인수위 자문위원도 이 부분을 인정했고, 경제관련 부처의 관련 법안은 모피아(재경부)들이 인수위의 발표를 마사지 한 흔적이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안을 최대 선의로 해석하면 재정과 금융을 나눠 재경부를 견제하고, 감독 집행의 직접적인 권한을 금감원에 대폭 위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그 의도가 상당히 왜곡돼 있다.
또한 기획재정부가 국제금융정책을 하고, 국내금융정책은 금융위에서 하는데 현재의 겸업화, 글로벌화를 감안하면 얼마나 맞을지 모르겠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에서 재정과 금융을 하는 게 맞지만, 이것은 재경원의 모습과 비슷해 호주처럼 기획과 예산을 분리하는 게 맞다.
한편 차기 정부에서 규제개혁을 하려면 현재의 규제개혁위원회로는 도저히 될 수 없어 가장 먼저 폐지돼야 할 위원회다. 전체 종합하면 제 생각으로는 기획·예산·규제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고, 조세·금융을 함께 몰고, 금융감독은 완전히 민간으로 넘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사)바른금융재정포험 이사장)
"금융기능은 기획재정부, 감독은 공적민간기구"
아주 강력한 부서(금융위)가 탄생하는데 정책과 감독을 둘 다 강력하게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둘 다 같이 있으면 정책이 강해져 우려된다. 금감원은 1700명 정도 의 전문가들이 추후 공정위 산하기관이 소비자보호원 정도의 위상이 돼 감독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에 금융기능을 두고, 예산·기획·세제·국고를 할 수 있는 독일이나 영국과 비슷하게 해놓고, 금감원과 금감위를 합해 공적민간기구로 하면 대부처가 되는 점이 있지만, 감독에서 강해질 것이다.
또한 금융위 내에서의 독립성은 정책소위와 감독소위를 나눠 금감원장이 감독위원으로 참가하고, 금간원이 감독소위를 보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또 금감원장이 금융위 위원으로 임명돼 감독 정책 결정에 최대한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으나, 어떤 방안도 문제는 있을 수 있다.
현재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시간을 벌게 돼 천천히 시간을 갖고 충분히 토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의영 군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소장)
관치와 재벌은 시장의 적(敵)…정치와 경제 권력 결합 우려
(금융위 신설로) 관치경제가 강화되고, 금융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예를 들면 DJ정부 시절 벤처붐을 일으켰고, 당연히 거품이 있었는데 금융당국에서 정책자금으로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통해 100% 정부 보증으로 2조3000억원 발행돼 800여개의 기업에 투자됐다. 이 중 3분의 1이 망했다.
또한 경제력 집중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차기 정부의 입장은 시장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는 크게 두 가지 적이 있다. 시장 밖에는 관치가 시장 내부에는 재벌 시스템이 존재한다. 기획재정부에 기획 예산기능이 통합되고, 제왕적 대통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결합이 우려된다.
이와 함께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이 분리돼야 한다. 금융감독기구는 독립적이어야 한다.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든 다른 부처에서 맡더라도 금융감독기구는 독립성, 전문성을 할 수 있는 공적민간기구에서 해야 한다. 또한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도 독립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