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지난해 한 건설업체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청탁 및 이에 대한 뇌물수수 사건이 터지면서 현직 국장급 인사와 국세청장이 줄줄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직후 한상률 국세청장이 취임, 강도 높은 조직쇄신책을 내놓는 등 조직을 안정화하는데 성공했지만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 세무청탁 의혹'이 또 다시 제기돼 당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김대호)는 지난 2004년 한 해운회사가 세무조사 무마를 목적으로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국세청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정황을 포착,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 해운회사가 분식회계 등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이 중 상당액을 정 비서관을 포함해 고위 공직자들에게 제공했다는 제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를 통해 지난 2004년 세무조사 종료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직원이 S해운 임원계좌로 수 천만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직원이 S해운으로부터 제공받은 뇌물의 일부를 되돌려준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04년 2월부터 7월까지 S해운에 대해 심층세무조사를 실시, S해운이 1999년 이후 분식회계 등을 통해 94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 이 가운데 수십억원을 접대비와 판촉비 등 불명확한 명목으로 써 온 사실을 확인했지만 검찰에 고발조치하지 않고 77억원의 법인세를 추징하는 선에서 조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국세청에게 초유의 '현직 국세청장 구속'이라는 충격을 안겨준 건설업자 김상진-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 사건처럼 일종의 '권력형 비리사건'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국세청은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나오자마자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당시 법과 원칙에 따라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에 따라 적법하게 과세했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국세청은 또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검찰 수사를 지켜볼 것"이라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시시비비가 검찰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명백하게 가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