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세부담 완화, 성장 친화적 조세정책 전망
"올해 대규모 세제 개혁안 내놓을 듯"
이명박 정부의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에 강만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가 내정됐다. 지난 1998년 재정경제원 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나 야인(野人) 생활을 한 지 꼭 10년만의 복귀인 셈.
과거 재무부 세제·금융분야의 요직을 거친 강 내정자는 풍부한 경험과 소신, 추진력을 바탕으로 굵직한 정책들을 내놓은 바 있어 벌써부터 그가 펼칠 경제정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정부조직법이 통과될 경우 부처 통폐합으로 인해 재경부의 금융기능이 금융위원회로 이관되면 올해 세제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개혁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본적으로 세율은 낮게 가져가야 한다는 전형적 '감세론자'인 그가 참여정부의 '증세' 기류를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한 그는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으며, 2005년 첫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등 현행 조세정책을 뒤흔들만한 내공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세율은 낮게, 단순하게"‥전형적 '감세론자'= 지난 1970년 국세청 일선세무서에서 공직을 시작한 강 내정자는 재무부에서 사무관, 과장 시절을 보내면서 77년 부가가치세 도입과 관련해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1994년 3월 9일부터 1995년 12월 25일까지 재무부(1994년 12월 재정경제원으로 통합) 세제실장으로 일하면서 두 번의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세제 단순화와 세율인하 등을 골자로 하는 조세정책들을 대거 추진했다.
당시 소득세율을 최고 45%에서 40%로 내렸고, 과표구간도 3000만원을 4000만원으로, 6000만원을 8000만원으로 높이는 대규모 '감세'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조정된 소득세 과표구간은 10여년간 유지되다가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약간 상향조정됐다.
양도소득세도 최고세율을 60%에서 50%로 인하했고, 상속·증여세율도 40%로 맞춰 이전에 비해 10~15%P 내렸다. 특별소비세율도 60%에서 25%로 낮추고, 6단계 세율구조를 3단계로 단순화했다.
강 내정자는 정책에 대한 수립·결정과정에서 합리와 실질을 중요시하며, 세제분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세율은 낮게, 세제는 단순하게' 가야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법인세 폐지까지 고려‥올해 세율인하 추진= 강 내정자는 10여년 전 재무부 세제실장 재임 당시에는 법인세의 경우 최고 32% 세율에서 단계적으로 28%까지 인하했다. 당시 25%까지 더 낮추지 못한 점을 아쉬워할 정도로 법인세 인하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지난 2005년 발간한 저서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한 저세율의 단순한 조세제도는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에도 유리하다"며 "법인세 폐지를 현실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 중 조세분야에서는 법인세 인하가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도 '투자활성화를 위한 감세 방안'이 가장 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수위는 법인세의 과세표준을 현행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상향조정하고, 매년 1%P씩 세율을 내린다는 방안을 확정, 올해 안으로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지난해말 일몰 종료된 임시투자세액공제(투자금액의 7%를 법인세·소득세에서 공제)를 1년간 연장한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기업의 세부담 완화를 위해 전력을 다할 전망이다.
□ 종부세 폐지론 강조, 손질 여부 주목= 강 내정자는 지난 2005년부터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 전면 시행된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한 경제지에 연재한 칼럼에서 "세금은 뜨거운 가슴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다스려야 한다"며 "종부세는 '성장'보다는 '분배의 정신'에 치우친 참여정부의 '뜨거운 가슴'에서 빚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종부세는 지난해 99.8%의 경이적인 자진신고율을 기록했고, 세수도 2조4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에서는 집값 안정에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상황.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한나라당의 부동산 세제완화 움직임과 관련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을 심각히 고려해야 하고, 시장에 세제 완화에 대한 시그널(signal)을 주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에 약속한 것은 약속한 대로 가야한다"고 반박했다.
권 부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을 강 내정자가 종부세 등 참여정부의 부동산 세제에 대한 비판적 소신을 어떤 방식으로 녹여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로서는 일단 부동산 시장 안정추세를 지켜보면서 하반기 이후 손질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게 이명박 당선자측의 방침이다.
□ 올해 대규모 조세개혁 가능성에 무게= 강 내정자와 함께 근무했던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은 올해 세제분야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입을 모은다.
당초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 단계에서부터 제기된 서민 세부담 완화와 성장친화적 조세정책 등은 올해 강 내정자가 추진할 세제분야의 대전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유류세 인하, 주택·교육·의료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등 서민 세부담 경감방안과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투자활성화방안 등 성장친화적 조세정책이 포함될 전망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세제분야에 대해 통달하고 있는 강 내정자는 조세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형적인 감세론자이기 때문에 서민과 기업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담기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최근 재정학회 세미나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근본적인 세제 손질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선진국형 경제를 만들기 위해 하반기 근본적인 세제개편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올해 대규모 조세개혁 가능성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