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국세청장, 110분 스탠딩(standing) 강의…"세계와 경쟁 발목잡는게 공직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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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상의를 벗고 허리춤에 마이크를 꼽은 것이 '국세청장 한상률'이 아닌 영락없는 국세청 학원 '강사 한상률'의 모습이었다. 한 국세청장은 20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 2층 대강당에서 국세청 직원 280여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특강 주제는 '지식정보화시대 국세행정 운영방향'. 한 국세청장은 특강 시작에 앞서 "한 시간 남짓 걸릴 것 같은데... 경우에 따라 좀 길어질 수도 있다"며 "지난번에 보니까 주무시는 분들도 있던데, 주무실거라면 나가서 주무세요"라며 경고 아닌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한 국세청장의 예고처럼 특강은 무려 110분 동안 계속됐다. 한 청장은 110분간 선 채로 직접 파워포인트 화면을 조작해 가며 강의를 펼쳤다. 간간히 고유의 충청도 억양이 섞인 말투가 눈길을 끌었다.(충남 태안 출신)
한 국세청장은 초반 40여분 동안을 할애해 인류 진화에서부터 지식정보화 시대로 발전해 오기까지의 역사와 대한민국의 역사 등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가며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에 대한 배경설명에 주력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한 국세청장은 자신이 진짜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 즉 '국세청이 변해야 산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사용했다.
□ "국세청만이라도 바꾸자"= 한 국세청장은 "세계와 경쟁에 있어서 발목을 잡는 분야 중 하나가 우리 '공직사회'"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잘 하고 있는데 정부가 세련되지 못해 오히려 일류국가로 나아가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
한 국세청장은 "일류국가로 가는데 있어서 정부가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이를 개선해야 일류국가가 될 수 있다"며 "정부 전체는 바꾸기는 어렵지만 우리 국세청만은 바꾸고 싶다"고 밝힌 뒤 전 직원의 '합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국세청장은 "관료주의 운영시스템은 산업사회에는 맞지만 요즘과 같은 지식정보화시대에는 맞지 않는 패러다임"이라며 "본청은 지방청을 지방청은 세무서를 관리 감독하는 관료주의 시스템으로는 달라진 납세자들의 인식을 맞춰줄 수 없다"고 말했다.
'상명하복' 방식의 관료주의적 시스템이 아닌 현장 직원에게 법과 규정의 울타리 안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 민간에서 시행하고 있는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의 (납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 "제가 헛소리 한다고 생각합니까? 아...정말 안 믿네‥"= 한 국세청장은 "국세청의 비젼은 '초일류 국세청'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국세청장은 "현 정부의 '일류국가' 건설 목표와 일맥상통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국세청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설명 도중 직설적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초일류 국세청 설명에 앞서 한 국세청장은 "이 중에 일부는 '허풍치고 있네', '아침부터 잠이 덜깬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초일류가 될 수 있고 실제로 되고 있다, 아 정말 안 믿네..."라고 말했다.
한 국세청장은 초일류 국세청의 증거로 ▲높은 전자신고 비율 ▲현금영수증제도 ▲세금 1000원당 징세비 등을 예로 들었다. 한 국세청장은 "초일류가 별거냐, 남들보다 최고로 잘하면 그게 바로 초일류"라고 강조했다.
한 청장은 또 과거 국세청이 한 외국계 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이후 해당 은행으로부터 받은 편지 한통을 소개했다. 당시 국세청은 각고의 노력을 투입한 끝에 해당 은행에 830억원의 거액을 과세했다.
한 국세청장은 "해당 은행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겠다며 우리 직원들이 보여준 전문성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며 "세금 830억원을 과세하고 이 정도 편지를 받은 국세청은 아마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강의를 마무리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