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현실적 목표로 삼고 있는 의석 수는 160석±α. 대선 직후 `개헌선(200석)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던 모습에 비하면 상황이 `급전직하'했다.
특히 총선을 불과 21일 앞둔 정국은 한나라당에 오히려 불리한 형국이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즉 `MB 효과'가 내각인선 파동을 거치면서 약발이 떨어진 데다 공천 잡음 속에 낙천자들이 속속 각자도생의 길로 방향을 틀면서 한나라당의 총선전략의 최대 `악재'가 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국내 경제가 휘청이고 있는 것도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치컨설턴트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초기 국정운영 평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의 분열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등 한나라당의 지지도 결집이 이완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가 불가능하지 않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분열' = 한나라당 `물갈이 공천'에 탈락한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나 제3의 정당을 통해 `반(反) 한나라당' 전선을 펴는 등 한나라당 내 핵분열은 총선 판세에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전선의 선봉은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親朴.친 박근혜)계 인사들이 맡고 있다. 영남권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는 `친박 무소속 연대'가, 수도권.중부권에서는 서청원 전 대표가 이끄는 `친박 연대'가 각각 결성됐다.
이들은 `박근혜 마케팅'을 통해 지역에서 동정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면서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 반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각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이들의 파괴력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출신인 이들이 실제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의 표를 잠식, 야당 후보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영남권에서 무소속 연대의 기치를 든 친박계 인사들은 지역기반이 튼튼하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또 총선 판세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권에서는 자유선진당이 지역기반을 통해 `바람몰이'를 시도하고 있는데다 이재선 전 의원(대전 서을) 등 낙천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골칫거리다.
◇朴, 유세지원 소극적 = 친박 진영의 각개 약진 속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향후 행보도 관심 포인트다. 특히 영남권에 `지분'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가 당을 위해 지원유세에 나설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름 청중'을 몰고 다니는 박 전 대표가 당을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다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은 물론이고, 그 만큼 `친박 연대'의 파괴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충청권 공략에도 박 전 대표의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입은 자존심의 상처로 인해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도와줘야 일이 된다"면서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대중적 인지도를 활용한 전국적인 지원유세를 기대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자신의 측근들이 공천에서 탈락한 것을 놓고 "잘못된 공천", "표적 공천"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삼성동 자택에서 칩거해왔다는 점에서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가 20일 오후 `공천자 대회'에 불참하고 이번 주말께 대구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여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부산 방문에서 공천 결과에 대해 "민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멋대로 공천'"이라며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는 독설을 퍼부은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신진 바람' 미약 = 현역 의원 교체율이 창당 이래 최대인 39%로 대폭 물갈이를 이뤄냈지만 새로 충원한 신진기예들의 바람이 아직 `미풍'에 그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일부 정치신인들이 부패 전력이 드러나 교체되고 `철새 논란'도 불거져 참신한 새 인물 대신에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의 `제 사람 심기'가 노골화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당 일각에서 제기됐다.
더욱이 야당 10년 동안 풍찬노숙했던 당협위원장들이 대거 탈락하고 이 대통령 측근들이 대거 무혈입성한 데 대해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친이(親李.친 이명박)계인 남경필 박형준 의원 조차 성명을 통해 "기준과 형평에 어긋나는 사람이 공천을 받은 경우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보면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정치신인들이 매우 저조한 성적을 거둬 야당 현역 의원들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당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병국 홍보전략본부장은 "지금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가는 단계에서 새 인물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있어 이들의 색깔과 이미지가 두드러지게 포장할 수 없다는 점에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론 속 `MB효과' 감소 = 미국발 서브 프라임 사태 등 국제적 금융위기 속에 국내 경제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것도 총선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경제에 `올인(다걸기)'했던 유권자들이 최근 국내외 경제위기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이번 총선의 향배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상황은 여권에 꼭 유리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국내 경제가 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을 보이면서 민심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핵심 당직자는 "여론 추세를 보면 한나라당이나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조금씩 빠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새 정부에 대한 걱정, 어쩌면 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조금씩 살아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경제위기가 오히려 새 정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안정론'을 부각시킬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는 경제문제를 집중 거론해 야당과의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 갈등 속에 아직까지 경제문제를 비롯한 총선 공약집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