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권력'의 유혹이나 내부 파워게임에 빠지지 말고 오로지 `일'에 매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특정 비서관 2명을 지목, "밖에서 실세라고 하는 모양인데 청와대에는 실세가 없다"면서 "나는 어느 누구든 열심히 뛰어주는 사람이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대통령이 웃으면서 지목한 인사는 이 대통령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온 K, P 비서관으로, 예전부터 자신의 곁을 지켜 왔다는 이유 만으로 실세로 분류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을 한 것이라고 참모들은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또 "나(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보다는 자신의 목표,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목표를 위해 뛰어달라"면서 "부서간 마음과 공간을 열고 혼연일체가 돼 일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는 하나다. 서로 힘들 때 용기를 주고 간격을 없애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곳으로 만들라"고도 주문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달콤한 권력의 유혹에서 벗어나 `머슴'의 자세로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내부에서 파워게임을 벌이거나 청와대 직위를 이용해 이권 등에 개입할 경우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내가 재산까지 내놓고 온갖 네거티브를 겪으면서 대통령이 됐는데 성공하지 못하면 그런 바보같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대한민국의 어디에서 살든 지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역설했다.
임명장 수여식은 부부동반으로 진행됐으며 김윤옥 여사도 참석해 비서관 부인들에게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남자는 흙,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남자는 `토기', 여자는 `본 차이나'라고도 할 수 있다"면서 "토기는 떨어지면 깨지지만 본 차이나는 깨지지 않는다. 여자가 남자보다 강하며, 남자들이 밖에서 일을 잘 할 수 있게 부인들이 내조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편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선 비서관들에 얽힌 재미 있는 얘기가 화제가 됐다.
이동관 대변인은 68세의 김백준 총무비서관을 지칭하며 "아마 헌정사상 최고령 비서관일 것"이라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냈고 김창경 과학비서관과 김준경 금융비서관이 사촌지간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좌중에서 "미리 알았더라면 발령이 취소됐을 텐데..."라는 말이 나와 웃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혜경 국토해양비서관과 남편인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은 본인과 배우자 자격으로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 보름 여 만에 대통령과 사진을 두 번씩이나 촬영하는 `기록'을 남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전에는 비서관이 대통령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청와대를 나간 적도 있다고 한다"면서 "대통령이 해당 비서관은 물론 부인과 남편까지 모두 불러 임명장을 주고 오찬까지 함께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