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우리금융을 한 데 묶는 이른바 '메가뱅크'안에 대해 "정부에서 충분히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검토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윤 행장은 2일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이 시점에서 대통령 지시로 검토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의 경영인이 공개적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기업은행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고 전달될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 방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금융산업의 문제가 규모가 작아서인지, 시스템이 부족해서인지, 소프트웨어가 문제인지를 봐야 한다"고 말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메가뱅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임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기업은행의 민영화 방안에 대해서는 "지분매각은 금융산업과 미래의 은행산업에 대한 전망.비전에 따라 결론지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행장은 이어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우선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분야에서 차별이 있고 영업상의 제약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1단계 민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최근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올해 중소기업 전문 국책은행으로서의 색깔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처럼 중소기업들이 어려울 때 상업금융기관과 국책금융기관의 차이가 드러난다"면서 "다른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에서 발을 빼는 상황에서 기업은행은 어려울 때 친구가 돼주는 역할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윤 행장은 이어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1년 반에서 2년이 지나야 우량과 불량이 가려지는데 2006년부터 시작된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급증에 따라 올해부터 연체율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업은행은 대손충당금을 더 쌓고 있고 건전성을 확보하는 등 선제적으로 부실관리를 보수적으로 해 1.4분기 말에는 연체율이 안정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윤 행장은 올해 경영전략과 관련해 "6월까지 컨설팅을 받아 조직진단을 마칠 것"이라며 "여러 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분기가 더해질 수록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또 "상반기 중 기은캐피탈을 통해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신용등급 7~10등급의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행장은 최근 일부 은행들의 카드부문 분사 움직임과 관련, "기업은행 카드는 비씨카드에 속해있다 보니 기업은행의 카드가 따로 없다는 인식이 생기는 등 문제가 있어 이를 해소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행장은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비씨카드 체제로 계속 가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씨카드 체제에서 기업은행 색채가 충분히 드러날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은 카드 부문 분사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