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총선에서 낙선한 친이(親李) 인사들의 향후 진로가 주목받고 있다.
통합민주당과의 '물갈이 경쟁' 속에 낙천될 수밖에 없었거나 친박(親朴.친 박근혜) 강풍에 낙선한 인사들이 적지않은 가운데 여권이 이들을 어떤 식으로든 격에 맞는 역할을 하도록 배려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헌신했으나 결과가 좋지않았던 인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챙겨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낙천.낙선 인사 본인들은 혹시나 여론의 역풍이 불 가능성을 경계한 듯 하나같이 "지금은 쉬고싶을 뿐"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미 지역구 공천 탈락자중 권철현 의원은 주일 대사로 내정됐고 정진석 의원은 비례대표로 원내에 재입성하는 보상을 받았다.
일단 여권 핵심부는 공천 탈락자를 우선 배려한 뒤 총선 낙선자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역할을 맡긴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내각과 청와대, 정부 산하기관 및 공기업의 주요 포스트에 배치돼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과 목표를 실현하는데 있어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선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총선 기간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과반 의석 획득에 기여했던 5선의 박희태 의원은 청와대의 정무 기능이 취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신설될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 정치특보 임명이 유력하다.
정치특보직이 생길 경우 적지않은 영향력을 갖게 될 것으로 알려져 차기 국회의장 감으로 거론되던 박 의원의 '격'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김덕룡 의원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총리급인 민주평통 수석 부의장으로 거론된다. 본인은 이 자리를 원치 않는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대통령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고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정무장관에 상응하는 특임장관에는 낙천한 맹형규 의원과 함께 충청권 배려 케이스인 정진석 의원이 거론된다. '정보통'인 정형근 의원의 경우 정보나 대북관련 기관쪽에 배려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낙선자 중에서도 대선 과정에서 공헌도가 크고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는 인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배려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권 실세였던 이재오, 이방호 의원은 스스로도 낙선 충격이 워낙 큰데다 여권에서도 이들을 곧바로 중용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재오, 이방호 의원 본인도 "당분간은 좀 쉬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다만 '대운하 전도사'를 자임해온 이재오 의원은 이 대통령의 대표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난항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 원외에서라도 대운하와 관련된 주요 역할을 맡게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마침 총리급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한반도대운하 특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은 주목된다. 만일 이 같은 기구가 신설될 경우 낙선한 이재오, 박승환 의원 등이 위원장과 부위원장 자리 등에 중용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원 영통에서 민주당 김진표 의원에게 아깝게 패한 박찬숙 의원도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기회가 주어질 경우 차기 문화부장관 또는 문화관련 단체장으로 갈 공산도 없지 않다. 예산.홍성에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상대로 선전했던 홍문표 의원도 충청권 배려 차원에서 차기 개각시 입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생환' 또는 원내 진입에 실패한 박형준, 권오을, 정종복 의원과 송태영 전 당선인 부대변인, 김해수 전 대선후보 비서실 부실장, 김해진 전 인수위 전문위원 등도 정부 산하기관 등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