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물갈이 작업이 시작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관장들의 태도도 '각양각색'이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사표를 제출한 기관장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인사는 사표를 내면서 자신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을 것이란 자신을 보였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또 아예 사표 제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거나 사표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인사도 있는 가운데 대다수는 금융위의 눈치를 보며 상황 파악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 내기는 내는데..'모르겠다파' = 기업은행과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우리금융지주 등 예보 산하의 공기업 기관장들은 금융위원회가 일괄 사표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바로 사표를 제출하거나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공기업으로서 관할 기관의 방침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밝히고 있지만 사표 제출이나 사의 표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역시 한결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
또 일부 인사들은 자신이 '이미 새 정부의 재신임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자신있게(?) 사표를 제출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이런 가운데 이들 중 일부는 참여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것을 꺼리며 전(前) 정부와 자신은 별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구명(救命) 운동'에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띄고 있다.
◇ 사표 제출 버티기..'소신파'= 조성익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의 경우 아직 금융위원회에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률이 정한 임기를 다하겠다는 소신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표 제출시 반려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후자의 경우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은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고 있고 조 사장이 이해찬 전 총리쪽 인맥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의 경우 스스로 사표 제출 사실을 알리는 자료를 배포함으로써 사표 제출 사실을 함구했던 인사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표 제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은 재신임을 받겠다는 의미보다는 그만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만큼 일종의 소신 행보로 해석하는 분석이 많다.
◇ 금융위 의중 살피기..'눈치파' = 민간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거나 이사회.주주총회 등을 통해 임명되는 증권선물거래소.증권금융.코스콤 등 증권유관기관은 이번 사정 범위가 어느 선까지 미칠지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들은 금융위원회가 어떤 기준으로 어느 선까지 들어갈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정보 경쟁을 벌였으며 특히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평소에 친분이 있는 직원들을 동원해 금융위와 청와대 및 주요 정부 라인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와 함께 해당기관을 담당하는 출입기자들에게도 전화가 빗발쳤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금융 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일괄 사표 방침을 밝혔는데 그 범위를 명확하게 주지 않다 보니 '나도 제출해야 하는 것이냐'가 제일 관심 거리였다"며 "현재는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