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투자해달라"

주요 경제계 인사 간담회.한국IR서 '코리아 세일즈'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코트라와 전경련이 공동 주관한 '한국 투자환경 설명회'에 참석해 화이자, 존슨앤존슨, 보잉, JP모건체이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 유수의 기업 대표들을 상대로 한국 투자를 요청했다.

이 투자설명회에는 당초 예상했던 400여명보다 배 이상 많은 896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특히 이 대통령은 영어로 '글로벌 코리아, 아시아로 통하는 문(Global Korea:A Gate to Asia)'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설명회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도 자리를 함께 해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더 기업친화적 될 준비" = 이 대통령은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친기업)' 정책을 소개하며 세계적 기업들의 투자를 당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국의 발전에는 또 하나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한국을 믿고 자본과 기술, 노하우를 투자해 준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여러분과 같은 외국친구들이 없었다면 한국의 발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치켜세우며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저는 한국을 모든 부분에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통용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탈바꿈 시킬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굳건히 하고 모든 규제들은 원점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구성, 규제개혁,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 세제개선, 법.원칙 확립, 기업친화적 환경 구축 등의 '액션플랜'을 소개한 뒤 "저는 대한민국 최초의 CEO출신 대통령"이라며 한국내 외국기업 활동을 위한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또 "일부에서 제가 너무 기업친화적이라고 우려하는 분들이 있으나 동의할 수 없다"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면 더 기업친화적으로 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 "나는 ㈜대한민국 CEO" =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초의 CEO 출신 대통령'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참석 기업인들과의 동질성을 투자전략으로 활용한 것.

"훌륭한 투자가는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우수한 CEO를 찾는다"는 '기업인 원칙'을 소개한 이 대통령은 "저는 확고한 비전과 경험, 그리고 강한 실천력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주식회사'의 CEO"라면서 "여러분의 성공은 곧 한국의 성공이다. 모두 한국에 적극 투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한국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IT(정보기술) 등 첨단산업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 투자하면 이런 세계적 선도기업들과의 글로벌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 "새 정부는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육성, 특히 금융산업 발전을 최우선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한국 국민은 저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면서 '선진일류국가 건설'이라는 신성한 임무를 주셨다"면서 "저는 이런 임무를 실천하기 위해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는 '빅애플' 뉴욕을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선택했다. 세계경제와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뉴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년 내 모든 것 바꾸려 한다" = 이 대통령은 투자설명회에 앞서 미국 경제계 인사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도 대한(對韓) 투자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는 많은 규제를 풀고 법인세를 낮춰 외국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나라, 일하기 편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금년 내에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 토론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상세히 설명한 데 이어 참석자들과 세계 경제전망, 국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한국의 금융허브 도약 방안, 한국 노사문화의 바람직한 발전방향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자미에 디몬 JP모건체이스 회장은 미국 경제인들을 대표해 이 행사에 참석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하고, '미국 경제인들도 한국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존 A 테인 메릴린치 회장, 피터 그라우어 블룸버그 회장을 비롯해 GM, 프루덴셜, 비자, UBS, 블랙스톤 그룹, GE 머니, 뉴욕생명보험, 화이자, 듀폰 등 세계적 기업의 최고위급 인사 25명이 참석했다. 자미에 디몬 JP모건 회장의 경우 대표 인사말을 통해 "대선 압승을 축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미 경제인 네트워크' 구축 = 청와대는 이번 투자설명회와 미 경제인 오찬 간담회를 통해 한국과 미국 기업인 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주요 기업인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대단한 기회"라면서 "특히 우리 경제인들도 참석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투자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외국기업과의 네트워크가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미 경제인 오찬 간담회에서 전광우 금융위원장 등 배석자들을 가리키며 "이 분들이 금년 내에 새로운 규제를 풀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앞장서 일할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기문 중소기업협회장은 "격식보다는 현실적으로 접근하려는 이 대통령의 태도를 외국 경제계 인사들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대통령이 직접 IR을 주도한 데 대해 외국 투자자들의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투자설명회장의 열기가 대단하다. 미국의 비즈니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고, 우리나라 입장에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