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융감독원 원장은 24일 검사·감독국을 통합하면서 검사·감독국의 인력을 감축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대신 검사·감독국에서 줄어든 인력을 금융소비자 서비스와 관련된 부서에 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검사국과 감독국을 통합해 금융회사가 접촉하는 창구를 일원화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합리적이지만, 감독원의 고유 업무인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검사하고 감독하는 일이 축소된 것은 각종 규제가 철폐되는 때와 맞물려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완화 등의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내년 2월부터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돼 다양한 파생상품들이 개발될 예정이다.
이런 때 개별 금융기관의 부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감독·검사 기능은 더욱 더 강화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 그러나 금감원은 서면검사를 늘리고, 현장검사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지난달 취임식 때 "금융회사의 부담이 큰 현장검사방식의 정례적인 종합검사를 축소하고 리스크 평가 중심의 서면검사를 활성화하는 한편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 제도 선진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검사하는데 현장검사 없이 서면검사만 해도 제대로 된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살펴볼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서면검사로 볼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에 현장검사를 해오지 않았느냐는 게 금감원 검사 담당자들의 말이다.
결과적으로 감독·검사를 통합하고 인력을 축소하고 현장검사를 줄이는 것은 결국 감독원의 고유 업무를 축소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과연 시장친화적인 정책이 단지 개별 금융회사의 감독·검사를 줄이는 일인가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김 원장은 규제가 완화될수록 감독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굉장히 유의하고 있다"며 "최근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세계적인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측면을 고려해 거시감독기능을 강화했다"고 답변했다.
금감원이 조직개편을 통해 거시감독기능을 강화한 것은 금융통계정보에 대한 수집과 분석 기능을 확대한 것이다. 금융통계정보기획팀과 분석팀을 신설해 현행 1팀 7명에서 2팀 14명으로 조직을 두 배 확대했다.
금융통계 정보를 잘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이 과연 개별 금융회사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부실을 상시로 점검할 수 있느냐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와함께 금감원의 이번 조직개편은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조직이 골자다. '서비스'를 강조하기 위해 각 부서 이름에 '서비스'를 붙이기도 했다. 일반은행 서비스국, 저축은행서비스국, 상호금융서비스국, 여신전문서비스실 등.
감독원 고유의 업무는 축소된 대신 조직의 '서비스' 업무가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교육 전담조직이 현행 1팀 6명에서 2팀 19명으로 확대된 것.
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을 하는 일도 금융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금융서비스를 강화하는 대신 자신의 고유 업무인 감독·검사를 축소한다면 금융회사들이 감독을 받기 위해 금감원에 내는 분담금이 조금은 아까워지지 않을까.
금감원의 본업은 금융사들의 건전성 감독과 검사이다. 부서 명칭에 '서비스'를 붙였다고 해서 서비스 조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실 금융기관과 서민들의 금융불안을 막기 위해 금융사들의 건전성 감독과 검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금감원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진정한 '서비스'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