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석유류 자료상조직-정교한 수법 '아연실색'

원거리 '헤드쿼터(은신처)'서 사업장 등 총괄 관리

불법면세유와 불법제조 유사경유 등을 수도권 및 충남 일대 주유소와 건설사 등에 싸게 팔아먹고 1조240억원 규모의 가짜세금계산서를 주고 받는 방식으로 1350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거대 자료상 조직이 국세청 단속망에 걸려들었다.

이들 자료상 조직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짜세금계산서를 활용해 부가가치세와 교통세 등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은밀하고 치밀한 조직망을 꾸려놓고 국세청의 추적마저 곤란을 겪게 하는 지능적인 행태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자료상 조직 관련자 39명을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했다.

탈루한 세금으로 '떼돈(?)'을 벌며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이들 자료상 조직 관련자들은 죄질에 따라 특가법과 조세범처벌법을 적용, 징역형과 벌금형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 그럴듯한 '유통구조' 꾸며놓고 버젓이 '탈세'=국세청에 따르면 자료상 실행위자 송 모씨(53세)는 전직 유조차 운전기사로 주유소를 운영하는 정 모씨(54세)와 '의기투합', 자료상을 하기로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주)A에너지 등 10여개 부실법인을 인수,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자료상 조직을 만들었다.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주)B에너지 등 3개 업체는 정유사 대리점으로 등록, 일부 유류를 실물로 거래 정상사업자로 위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주로 거래한 것은 무자료 매입한 불법면세유 및 불법제조 유사경유.

이들은 유류를 수도권 및 충남 일대 주유소에 시중가격보다 싼 값에 무자료 판매하고 매입자료가 필요한 주유소 및 건설사 등 사업자에게 2006년부터 2007년까지 2년 동안 5430억원 상당의 가짜세금계산서를 교부하고 자료상으로부터 4810억원 상당을 교부받는 등 총 1조240억원 상당의 가짜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혹시 모를 국세청 세무조사에도 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은 거래처에서 가짜세금계산서 기재금액을 자료상 명의 통장에 입금하면 즉시 현금 출금해 3∼8%의 수수료를 뗀 이외의 금액을 거래처에 반환, 금융거래까지 완벽히 짜 맞췄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거래처에 거래명세서와 출하전표 등 허위증빙도 정교하게 제작해 정상거래인 것처럼 가장, 국세청의 추적조사를 교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끈질긴 추격자' 국세청-현장 긴급체포=국세청은 수도권 등 주유소를 상대로 거대한 자료상이 활동하고 있다는 정보를 토대로 수사기관과 공조해 추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자료상 실행위자 송 모씨 등을 긴급체포, 노트북 및 예금통장 등 증거품을 압수하면서 추적에 활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들은 가명(假名)과 대포폰(타인 명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적발시를 대비한 비상연락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등록된 사업장이나 주소지와 동떨어진 별도의 아파트에 현장사무실을 마련해 조직책을 관리하는 등 지능적인 면모를 보여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세청은 자료상 혐의자 13명이 소지하고 있던 22개 핸드폰의 위치추척으로 이동 경로와 집합장소, 이용차량 등을 확인하고 10여 차례의 차량추적, 심야 잠복근무를 통해 현장 사무실 및 은신처를 급습, 자료상 현행범 일당을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압수한 자료 등을 토대로 이들과 거래한 석유류 도매업체 및 주유소에 대한 거래처 추적조사를 실시해 이들이 총 1조원 규모의 가짜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석유류를 불법유통하고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적발해 냈다.

국세청은 자료상 조직 관련자 39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탈루세금 1350억원을 추징, 빼앗긴 국고에 되돌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