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유류세 인하하면 경제 활성화 될 수 있을 것"
지난해 유가가 폭등하자 유류세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감세'를 내세웠던 새 정부는 지난 3월 탄력세율 적용을 통해 유류세를 10%가량 인하했다. 여러 세목 중 유류세가 가장 먼저 인하된 것은 그만큼 고유가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이 컸기 때문.
그러나 유류세가 10% 인하되자마자, 통합민주당에서는 "별 효과가 없다"며 상반기 내에 10%를 더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이명박 대통령도 "타이밍이 안 좋았다"는 말로 유류세 10% 인하가 효과가 없음을 지적했다.
유류세를 10% 인하했지만,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인하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 들어 유류세를 10% 내렸지만, (기름값이) 10~20% 올라갈 때 (세금을) 10% 내리는 정책은 별로 국민에게 다가오는 것 같지 않다"며 "세수만 줄고, 국민들에게 체감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월 10일부터 유류세를 인하한 가운데 3월 셋째주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에 비해 1.76원 인하된 1656.78원이었다. 그러나 이후 휘발유 가격은 급등해 4월 28일 현재 1725.91원으로 인상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5일부터 열린 17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문석호 통합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휘발유 및 경유의 교통에너지환경세 20% 인하' 법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만약 유류세를 20%로 인하하게 된다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는 리터당 630원, 454원에서 각각 504원, 363원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러나 유류세를 20%까지 인하해도 그만큼 유가가 오르면 세금 인하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정부는 이달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택시용 LPG에 부과되는 유류세(리터당 170원)를 전액 면제키로 했다. 또 경차 연료에 부과된 유류세는 연간 10만원 한도 내에서 환급 받을 수 있게 된다.
□유류세 10% 인하, "세금 비중 낮췄는데 효과 없어"…고유가를 이기지 못해= 정부는 지난 3월 10일부터 휘발유, 경유, LPG 등 유류에 붙는 세금에 탄력세율을 적용, 10%의 인하효과가 나도록 조치했다.
유류세는 통상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의 세금을 총칭하며 LPG에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가 부과되고 있다. 또 최종 소비자가격에는 부가가치세 10%도 포함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율에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30% 범위 내에서 올리거나 내릴 수 있게 되는데, 이럴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505원에서 472원으로 33원 인하하고, 경유는 리터당 358원에서 335원으로 23원 내리게 된다.
정부는 여기에 부가세(Sur-tax) 형태로 부과되는 주행세와 교육세 등을 감안하면 전체 유류세가 10% 수준의 인하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런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방안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유류세 10% 인하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고유가가 기록을 경신하며 지속되고 있는 점과 이에 따라 국내 유가도 함께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
지난달 28일 국내 원유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109.97달러를 기록했으며,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도 118.77달러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00달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같은 날 무연보통 휘발유 가격은 1725.91원, 실내 등유는 1231.27원, 경유는 1658.52원으로 집계됐다. 유류세 10% 인하가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난 3월 셋째 주와 비교했을 때도 각각 69.13원, 185.76원, 169.37원이 올랐다.
유류세가 10% 인하돼 휘발유 가격 대비 세금 비중은 낮아졌지만, 세금 인하가 치솟는 고유가를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유류세 인하 전 '에너지 데땅뜨(Energy Detente)지'에 따르면 우리나라 휘발유 평균가격(2007년 5월 기준)은 리터당 1538원이었으며, 이중 세금은 931원으로 60.5%를 차지했고, 경유도 가격(리터당 1239원)의 51.1%가 세금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가격대비 세금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휘발유 11위, 경유 12위를 차지했으며, OECD 평균인 53.8%, 46.8%보다 4.3%~6.7%P 가량 높았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 비중을 계산하면 각각 36.5%, 27.3%로 세금을 인하하기 전보다 훨씬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유가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다.
□20%로 인하해야 하나?…"유가 안정과 유통구조 개선돼야 효과"= 정부는 유통구조의 투명화를 위해 인터넷(https://www.opinet.co.kr)으로 주유소별 판매가격을 실시간 조회할 수 있는 가격정보 제공 시스템을 전면 가동하고 있다.
주유소별 판매가격은 매일 12시를 기준으로 가장 최근에 이뤄진 카드 결제시(보너스카드) 판매단가가 자동으로 통보된다.
前 정부에서 "유류가격이 주유소별로 자율화돼 유류세를 인하하더라도 유통마진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류세 인하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던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판매가격을 공개해 가격을 낮추려고 했던 것.
지난달 21일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각각 1725.91원, 1658.52원을 기록했지만, 가장 싼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1645원, 1595원으로 약 60~80원 정도 낮았다.
가격 공개가 국내 유가를 낮추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60~80원' 정도의 차이가 체감적으로 석유값을 하락시키기에는 아주 미미하다는 점이 문제다.
또한 한 주유소 관계자는 "유류세 10% 인하가 가격을 낮추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휘발유와 경유에 매겨지는 세금이 직접적으로 인하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출단가와 매도단가를 일치시키지 않는 이상 세금을 인하해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손해를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싼 가격에 판매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세금 인하는 정유사에서 흡수하게 된다"며 "정유사에서 세금을 인하한 만큼 싸게 공급을 하더라도 유가가 20% 오른 상황에서 세금 20% 인하해도 별 소득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세금 인하가 주유소의 기름값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가격 공개로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 유가가 상승하는 만큼 세금이 인하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는 증거다.
결국 주유소만 가격공개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 세금 인하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려면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가격투명성을 담보로 한 정유사의 유통구조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주유소의 판매가격 공개는 정유사와 주유소로 이어지는 불투명한 유통구조를 개선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좀 더 체계적인 유통구조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
만약 이런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괜한 세수만 줄어들게 되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20% 내려도 세수걱정 없나?…경제 활성화 유도= 휘발유와 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를 10% 인하할 경우 1조9000억원이 감소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세가 20% 인하되면 약 3조8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유류세로 총 23조5106억원을 징수했다. 유류세는 ▲교통세 10조8126억원 ▲개별소비세(유류) 2조2989억원 ▲주행세 2조7095억원 ▲교육세(유류) 1조9667억원 ▲부가가치세(유류) 5조7229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유류세의 대부분이 교통세로 채워지는데 교통세는 교통, 환경, 에너지 분야의 사업추진 재원으로 사용되는 목적세로 유류세가 인하되면 각종 교통·환경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연평균 2조7000억원의 초과세입이 발생했다는 점과 유류세를 내릴 경우 유류 소비량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많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유류는 기본적으로 산업의 대표적인 연료로써 유류세를 내리자는 것은 원가를 낮춰서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의미"라며 "유류세를 인하하면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유류세는 우리 기업의 비용을 높여 투자감소와 경기침체를 발생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중 하나"라며 "유류세를 내리면 경기회복과 함께 실업을 줄일 수 있고 서민들의 생활비 경감과 물가를 안정시키는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