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조직을 줄이라는 구체적인 지침은 없지만 정부 조직개편을 총괄, 주도하는 행안부가 선도적으로 조직을 축소 개편하기로 한 만큼 여타 부처들도 조직개편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행안부에서는 15명 미만 과는 통폐합하라는 권고지침도 내린 바 있어 소속 과들이 대부분 15명 미만인 중앙부처들은 과장급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일단 행안부로부터 2008년 정원관리지침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조직개편 지침은 담겨있지 않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원 관리지침에는 알려진 것처럼 '15명 미만 과는 폐지한다'는 등의 명시적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면서 "부처마다 특색이 있고 상황이 다른만큼 주무부처인 행안부와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하고 다른 부처의 상황도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행안부의 조직개편안이 6일 국무회의에서 논의될 것인만큼 이 자리에서 어떻게 결정되고 그 이후 지침이 어떻게 나오느냐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지만 직원들이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15명 미만 과를 통폐합할 경우 반발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방의 공무원 조직에서는 사무관이 계장으로 아래 직원들을 관리하며 업무를 집행하기 때문에 계가 2,3개만 있어도 한 과의 정원이 15명을 훌쩍 넘기지만 중앙부처는 집행기능은 거의 없이 정책을 구상하고 입안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무관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자료를 수집하는 등 온갖 역할을 다하면서 일을 하는 조직으로는 과 인원이 10명도 안될 때가 많다"면서 "이를 지방과 같은 잣대로 통폐합하라고 하면 과장의 통할이 잘 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식경제부도 3월 조직개편 과정에서는 타 부처인력의 전입이 적어 중앙공무원교육원 입교 등의 사례가 별로 없었지만 이번 국.과장급 수를 줄이는 행정안전부의 직제개정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긴장하고 있다.
15명 이하 과를 없애는 것이 전 부처의 공통지침이 될 경우 각 실.국의 주무과를 제외하면 대부분 폭풍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경부의 한 공무원은 "원래 국.과의 축소는 '권고안'이었고 현재 다뤄지고 있는 것은 행안부의 자체 직제 개정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지침이 강제규정으로 확산된다면 직원들이 크게 동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3월 이뤄진 무보직 국.과장들의 대규모 교육파견행이 또 한 번 재연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크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도 적게는 10여개, 많게는 20여개 과가 이번에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는 막대한 업무량으로 볼 때 현재의 조직을 더 축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행안부가 전체 과의 25% 가량을 줄인 데 따라 국토부도 추가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20여개 과가 없어진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업무담당 라인에서는 추가 축소가 의무사항도 아니어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토부는 다른 부처의 동향 등을 지켜보면서 관계부처간 축소 규모를 협의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한편 국토부는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5급이하 공무원 교육대상에 100명 가까운 인원이 포함돼 부처중 가장 많을 것으로 보고있다.
부처내에서 5급이하 직원중 230여명이 정원 초과지만 명예퇴직 신청자나 여수엑스포지원, 태안피해지원 태스크포스 등 불가피한 업무에 파견되는 인원을 제외하고 나면 100명 가량이 교육대상이다. 5급 교육대상자는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우선 교육을 받으며 6급이하 교육대상자는 수원 소재 국토해양인재개발원에서 교육에 들어간다.
각 부처들은 그러나 아직 정부 조직 전체에 적용될만한 지침이 나온 것은 아니어서 좀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자체 조직개편을 추진중인 국세청은 행정안전부의 조직개편에 대해 "행안부가 내부적으로 판단해서 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행안부 등에서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또 현재 "기획재정부가 민관합동으로 구성한 조직진단위원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국세청의 조직개편 추진은 행안부의 이번 조직개편과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대부처 대국 체제에 따른 조직 슬림화 과정은 우리도 검토중이다. 다만 금융위의 경우 재정부 금정국 등과 합치는 과정에서 이미 슬림화돼 버려 더 줄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면서 "인원감축은 중앙부처가 아니라 지방조직 쪽에 중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