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강행키로 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키로 한 것과 관련, 그 경기부양 효과를 놓고 국책 연구기관간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조세연구원의 모형에 근거해 재정을 투입하면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논문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의 경기부양효과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는 등 실증분석 결과가 엇갈린다.
경제전문가들은 통상 재정정책의 효과가 단기적인데다 어디다 재정을 푸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논란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조세硏 "재정투입하면 성장률 오른다"
정부는 오는 6월 열리는 18대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세계잉여금 15조3천428억원 중 국가재정법상 중대한 여건의 변화가 있을 경우 추경으로 쓸 수 있는 30%, 4조8천억원을 추경으로 편성해 지출하겠다는 것.
정부는 4조8천억원의 재정이 추경을 통해 지출될 경우 경제성장률(GDP증가율)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근거로 삼는 것은 한국조세연구원의 모형을 통한 추산결과다.
박형수 재정분석센터장은 거시계량모형을 통해 추산해본 결과 지출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전년도 국내 지출비중에 따라 가중평균을 했을 때 재정지출을 1조원 늘리면 1년안에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5천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를 800조원으로 계산했을 때 재정지출을 1조원 늘릴 때마다 GDP가 0.000625% 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재정지출의 종류별 효과를 보면 1조원을 인건비나 물건비 즉 공공부문 일자리에 투입했을 경우 1조1천200억원의 GDP 증대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고, 사회간접자본(SOC) 등 자본지출은 7천500억원, 복지지출 등 민간경상이전은 2천100억원, 재정융자는 500억원 등의 GDP 증대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KDI "경기부양효과 확인안돼"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간한 종합학술지 `한국개발연구'에 실은 논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확장적 재정정책의 경기부양효과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허석균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재정정책의 유효성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1979년부터 2000년까지 재정수입 및 지출, 국민소득 등 세 변수를 구조적 벡터자기회귀 모형에 대입해 실증분석한 결과 재정정책의 유효성이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허 연구위원은 재정정책 유효성은 조세감면이나 지출확대 양 정책수단에 대해 똑같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하면서 설사 일부 유의한 결과를 보인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재정정책의 효과는 그 크기가 매우 작거나 매우 빠르게 소멸됐다고 밝혔다.
분석결과 유의한 결과를 보인 경우는 선형추세선이 제거된 경우였는데, 이 경우 조세수입, 재정지출 국내총생산(GDP)의 충격이 GDP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 재정지출의 충격은 3분기 이하의 비교적 단기간 동안 GDP 증가율을 높이는 데 유의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세수의 증대는 어떤 경우에도 유의하게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 연구위원은 분석결과를 보면 정부가 재량적 정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의도한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제전문가 "확장재정 효과 단기적"
경제전문가들은 통상 재정정책의 효과가 단기적인데다 재정을 어디에 푸느냐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논란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연구원 박 센터장은 "재정정책의 효과는 보통 1년내에 나타나는 단기적인 효과를 말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 사라지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쳐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반면 감세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작지만 효과가 조금 더 오래간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면 재정지출이 효과적이고, 경기부양이 아닌 성장잠재력 확충을 하겠다면 감세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재정정책의 효과를 놓고 여러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학술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면서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부양정책 보다는 감세나 규제완화 등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동시에 민간의 경제분위기를 좋게 해줄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경기의 급격한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거시경제실장은 "추경을 하더라도 일단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집행에 들어가려면 빨라야 4.4분기일텐데 올해 성장률에는 큰 영향을 못미칠 것"이라며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한다면 재정정책의 효과도 과다추정된 측면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경기부양이 효과가 없을 수는 없지만, 지금은 물가불안에 경상수지 적자로 섣불리 경기부양을 추진하기에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하반기에 경기둔화가 피부로 느껴지고 물가가 조금 더 안정된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