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문화제 구분 판결 주목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를 놓고 '불법집회'로 규정한 경찰과 '순수 문화제'라는 참가자들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집회와 문화제의 개념을 구분하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부산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고경우 부장판사)는 '한미FTA 저지 부산시민대회'와 관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전 부산지역본부장 최모(55)씨와 현 부산지역부본부장 현모(45)씨 등 5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주도한 행사는 명칭은 촛불문화제지만 '한미FTA 저지 부산시민대회'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걸고, 시민들에게 관련 유인물 1천여부를 배포한 점, 선동 발언에 따라 정치적 구호를 제창하고, 상당 구간을 행진한 점 등에 비춰 순수한 목적의 문화제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홍보물 상영, 노래, 율동 등 문화제적 요소로 행사가 구성됐다고 해도 집회의 성격을 띤 것이 분명한 이상 집시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어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행위는 유죄"라고 덧붙였다.
최씨 등은 2006년 11월 부산시청 앞 등지에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한미FTA 저지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당시 행사는 한미FTA 타결로 발생할 수 있는 광우병 등의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촛불문화제'였다"며 "행사 내용도 영상물 상영, 노래 및 율동 등으로 집회와는 성격이 다르고 위험성이 없는데도 이를 집시법으로 처벌한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