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WTO보다 국가간 협정이 우위"
농식품부 장관 "한미간 쇠고기 협정보다 WTO규정이 우위"
한미 쇠고기 협정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중 어떤 것이 우위에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정부 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당초 정부가 광우병 발생시 쇠고기 수입중단의 논리로 내세운 근거중 하나가 WTO 규정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의중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이 `WTO나 GATT 같은 다자간 협정과 국가간에 체결한 개별협정 중 어떤 것이 우선하는가`라고 질문하자 "일반적으로 다자간 조약보다는 특정 당사국 간의 특별 조약이 더 우선한다"고 답했다.
그동안 이와 관련해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반대 논리를 펴왔다. 김종훈 통상본부장은 지난 7일 "한미 간의 쇠고기 협정보다 WTO 규정이 더 우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김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정부가 수입중단의 근거로 내세웠던 논리와는 상반되는 대목이다. 다만 김 장관은 "(특정 당사국 간의 특별)규정이 없을 때는 다자간 협상이 더 우선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의원은 김 장관의 답변 이후 개별 협정이 우선이라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농식품부 장관의 답변이 부적절하다"며 "공부 좀 하세요"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부는 국내에서 광우병 논란이 뜨거워지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WTO 및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규정에 따라 이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GATT 20조 b항은 국가간의 무역협정도 `인간 및 동식물의 생명·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는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고, WTO 위생검역협정 5조7항은 `이용가능한 적절한 정보를 토대로 잠정적 위생 검역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이 지난달 합의한 한미 수입위생조건 개정안에서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이를 수입중단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졸속협상과 검역주권 포기 논란의 도화선이 됐었다.
김 장관의 말대로 만약 국가간 개별 협약이 다자간 협약보다 우위에 있다면 우리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해 미국 측과 무역 마찰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김 법무장관의 대정부질의 답변은 수입중단의 근거에 대해 정부내에서도 정리가 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상민 의원의 이같은 질문에 대해 "국제 무역을 관장하는 가장 상위법은 WTO 법"이라며 당초 제기한 정부 논리를 옹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