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분야의 최고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금융당국 수장들은 어떤 재테크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을까.
본인들의 전공 영역인 금융자산 비중이 일반인에 비해 높았으며 부채를 회피하고 은행 예금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투자패턴을 갖고 있었다.
◇부동산 비중 낮은 편 = 정부가 최근 공개한 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에 따르면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5억8천500만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7억5천500만원,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34억9천3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경우 본인 소유의 분당 소재 아파트와 배우자의 오피스텔 전세권을 합쳐 건물 평가액은 9억6천600만원이었다.
보유중인 토지가 없어 전체 자산에서 부동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1.0%다.
이성태 한은 총재의 경우 본인소유의 서울 사당동 아파트, 배우자 소유의 안산 소재 아파트 등 건물 가액은 6억9천700만원이었다.
역시 토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전체 자산에서 부동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9.7%에 불과했다.
김종창 금감원장의 경우 서울 여의도에 9억5천200만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어 부동자산 비중이 27.3%밖에 안됐다.
3개 금융당국 수장의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42.7%로 가계 평균치인 80%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금융은 나의 전공분야(?) = 30~40년을 금융분야에서 재직한 전문가들인 만큼 전체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성태 한은 총재의 경우 10억1천700만원의 예금자산을 보유해 금융자산 비중이 57.9%나 됐다.
김종창 금감원장도 예금자산과 유가증권을 합친 금융자산 비중이 71.3%였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금융자산 비중이 33.4%였다.
한상언 신한은행 올림픽선수촌지점 PB팀장은 "20억원 정도를 가진 자산가들 기준으로 볼 때 이들은 부동자산이 많지 않은 편"이라며 "금융분야의 전문가들이어서 그런지 본인이 잘 아는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적 투자패턴 = 이들 3개 기관장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었다.
특징적인 것은 3개 기관장 모두 단 1원의 부채도 없었다는 점이다.
부동산 등 투자에 익숙한 사람들은 부채를 끌어 투자했을 때 생기는 지렛대 효과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기대수익이 적더라도 자기자산만 갖고 투자하는 안전형이라는 의미다.
금융산업에 오래 종사해 부채의 위험성을 일반인보다 더 크게 평가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경우 5억2천900만원에 달하는 예금자산을 대형은행과 생보사에 맡겨 뒀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1개 저축은행에 5천만원을 맡긴 것을 제외하고 은행.투신사등 대형 금융회사에 자금을 예치해두고 있다.
예금금리를 더 높이 적용받기 위해 저축은행이나 2금융권을 활용하는 재테크 고수들의 비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반해 김종창 금감원장은 유가증권 투자액이 18억6천200만원으로 전체 자산의 53.3%나 됐다.
투자종목 상당수가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아닌 고수익.고위험 종목들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취임과 함께 절차에 따라 보유주식을 모두 매각한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재테크 팀장은 "전 위원장과 이 총재의 경우 재테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거나 매우 보수적인 투자스타일이고 김 원장은 리스크를 즐기는 적극적인 투자 스타일"이라며 "다만 모두 부채가 없고 금융자산이 많아 일반인과는 상당히 다른 포트폴리오"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