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 감사원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고민결과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표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사원 직원들이 우려와 함께 술렁이고 있다.
감사원장의 임기는 4년으로 헌법이 보장했지만 감사원법에서 정년을 70세로 못박았기 때문에 지난해 11월 취임한 전 원장의 임기도 어차피 70세를 채우는 내년 6월을 넘길 수 없다.
그러나 청와대가 임기 1년을 남긴 전 감사원장을 기어코 갈아치우려는 듯 여러 각도에서 퇴진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원장의 '버티기'도 더 이상은 받쳐줄 힘을 잃은 듯한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직후 공기업 감사에 대한 이른바 '코드감사' 논란으로 커다란 부침을 겪다가 겨우 헤어나는가 싶었던 감사원은 다시 불거진 감사원장 교체논란으로 어수선하기만 할 뿐 추상같아야 할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감사원 직원들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코드를 맞춘 감사를 위해 감사원장을 교체하는 것이라면, 코드감사를 한다고 몰아붙였던 이유는 뭐냐"며 의아해 하고 있다.
지금 감사원장을 교체한다 하더라도 새 감사원장의 임기는 1012년에 끝난다. 정권에 따라 감사원장을 교체하는 것이 관례가 되면 2012년 대통령 임기를 1년 앞둔 상황에서 임명되는 감사원장은 임기가 고작 1년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이 감사원장 임명은 국회동의를 받도록 하고, 임기를 4년으로 보장한 취지가 무색하다는 것이 감사원 안팎의 시각이다.
4년 후 심각한 레임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작 임기 1년짜리 감사원장이 임명될 경우 임기말 권력누수나 공직자의 기강해이를 막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비록 행정부에 속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라고 해도 감사원장은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 힘을 얻는다.
전 원장은 지난 95년 김영삼 정부 때 수산청장에 취임한 이래 97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첫 장관 직위에 올랐으며, ▲2000년 기획예산처장관 ▲2002년 대통령 비서실장 ▲2002년 재정경제부장관 ▲2003년 감사원장에 취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헌정이래 장관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로만 11년을 넘게 재직한 최초 인물이며 나날이 이 기록을 다시 쓰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 원장은 원장직을 고수하다 스스로의 명예를 실추시키느니 차라리 '자진 사퇴'라는 쉬운 길을 찾느냐, 아니면 권력을 견제하는 대표적 기관으로서 감사원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버티기'를 고집하느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0년대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감사원장을 교체한 것은 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당시 김영준 원장을 이회창 원장으로 바꾼 사례가 유일하다.
98년 들어선 김대중 정부도 김영삼 정부 때 임명돼 대선시기인 1997년 12월16일 임기가 다한 이시윤 감사원장을 정권이 들어서고도 한참 뒤인 98년 8월 한승헌 원장으로 교체했으며, 노무현 정부도 김대중 정부에서 임명된 이종남 원장의 임기를 끝까지 지켜줬다.
새 정부가 들어왔으니 신임을 묻는 게 도리라며 감사원장을 교체한다면 선거 승리의 기쁨을 당장은 맛볼 수 있겠지만, 4년 뒤 이명박 정부에 이어질 정부에 완전히 코드를 맞추게 될 감사원은 물론 공직자의 기강을 다잡기는 불가능해 질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