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산하 예탁원, 코스콤은 공공기관
임직원 1인당 연봉이 1억원 이상으로 증권 유관기관 중 최고인 것으로 유명한 증권선물거래소가 관련 법의 허점으로 인해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한달 전 금융감독당국은 거래소의 골프 접대비 과다 등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고, 임직원 징계를 요구했지만, 직접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이사장에게 관련 사항을 요구해야 했다.
또한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거래소가 지분을 70% 이상 갖고 있는 증권예탁결제원과 코스콤은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주주가 증권회사 등으로 돼 있기 때문에 민간기관으로 공공기관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민간이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증권선물거래소법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등 두 가지 법을 운 좋게 피해갔다. 두 개의 법을 관할하는 담당기관 역시 이러한 사실 자체에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 유독 거래소만 직접 징계 못해…왜?= 금융위와 금감원은 거래소를 비롯해 증권업협회, 증권예탁결제원 등 증권유관기관 등을 검사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유독 거래소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징계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금감원 내에는 거래소를 전담으로 상시 검사하는 RM(Relationship Manager)도 존재할 정도이지만, 직접 징계를 내릴 권한이 없어 개선 및 징계를 요구할 때는 이사장에게 통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거래소는 약 한 달 전 금감원 검사를 통해 방만한 예산편성, 집행, 자산운용, 인사, 내부통제, 계약, 시장관리 측면에서 부적절한 업무 수행이 드러났고, 2006년~2007년 2년간 업무추진비와 정보수집비가 과다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6년초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9개월간 10억5000만원을 골프접대비로 지출해 금융위로부터 임직원에 대한 징계와 지적 사항을 시정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하는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체 징계 권한이 없어 고육지책으로 한 것"이라며 "법상으로 징계할 수 없고 검사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검사를 하고 조치를 해왔는데 이는 관행적으로 돼 왔던 것으로 지금은 명백하게 법적 근거를 따져 징계할 수 없다"며 "법원 등에서 금융감독당국이 조치권이 없는데 조치를 해서 위법이라는 판결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증권협회나 예탁원 등의 증권 유관기관들은 증권회사에 대한 조치권한을 준용해 검사를 하고, 증권회사처럼 직접적인 징계를 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거래소법에 거래소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관으로 나와 있지 않다"며 "금융위 산하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권거래소법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거래소 임직원의 관련 법령 위반에 대해 해당 임직원의 징계를 요구하거나 이사장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규정만 담겨 있다.
□산하기관은 공공기관, 모회사는 민간기관?= 이렇게 거래소가 금융감독당국의 껍데기 검사만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거래소가 지분을 70% 이상 갖고 있는 예탁원과 코스콤은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거래소는 예탁원의 70.25%를, 코스콤 76.63%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다른 법률에 따라 직접 설립되고 정부가 출연한 기관, 정부가 절반 또는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업무를 위탁하거나 임원 임명 권한이 있는 경우 등을 말한다.
또한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매 회계연도 개시 후 1개월 내에 공기업·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을 새로 지정하고, 상황에 따라 지정을 해제하거나 구분을 변경해 지정할 수 있다.
거래소는 작년말 현재 28개 증권회사가 84.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12개 선물회사가 4.16%,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증권금융, 증권업협회 등이 소수 지분을 갖고 있는 완전 민간 자본으로 이뤄진 형태이다.
예탁원 역시 거래소가 70.24%, 코스콤이 4.62%,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기타 소액주주 등을 주요 주주로 하며, 코스콤도 거래소 76.6%, 예탁원 4.3%, 증권금융 3.7%, 대우증권 등 15개 증권사 15.4%를 주요 주주로 한다.
거래소와 예탁원, 코스콤 모두가 비슷한 자본 형태와 수수료 수익이 대부분인 비슷한 수익구조를 갖고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일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은 재정부 장관이 따로 공공기관을 지정하거나 뺄 수 있는 재량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국 거래소법이나 공공기관 운영법 어디에도 거래소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통제기구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 민간 자본으로 구성돼 있지만, 공공의 역할을 하는 만큼 공공기관에 준하는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증권·선물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앉아서 벌게 되는 돈이 과도한 골프 접대비나 임직원 등의 연봉 등 방만 경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