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이었던 정상곤 前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인사청탁 명목으로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군표 前국세청장의 수뢰사건과 관련 19일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에서 현장검증이 실시됐다.
전직 최고 수장의 뇌물수뢰 사건과 관련해 국세청사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된 것은 지난 1966년 국세청 개청 이래 처음이다.
그 동안 전 씨 측은 "2006년 10월 10일에 촬영된 국세청 CCTV에는 정 씨가 잡히지 않았으며 정 씨가 이날 국세청에 왔다는 진술은 거짓"이라고 주장한 반면 검찰 측은 "CCTV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고 팽팽히 맞서왔다.
이 날 현장검증은 전 씨 측이 무죄임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물로 제출한 것으로 고법판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관심을 모았다. 이에 앞서 1심 재판에서는 전 씨측의 현장검증 요청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부산고법 형사1부 우성만 부장판사를 비롯해 검찰측 관계자와 전 씨측 변호인단은 정 씨가 2000만원의 돈을 건네기 위해 상경했다고 주장한 2006년 10월 10일 당시 그의 행적에 맞춰 이 날 오전 10시 부산역에서 서울행 KTX를 타고 상경하는 것으로 현장검증을 시작했다.
현장검증단은 이 날 오후 1시20분경 국세청사에 도착했다. 도착 직후 국세청사 좌우측에 설치된 2개의 CCTV위치와 촬영장면 등을 체크하며 현장검증의 최대관건인 '사각지대 존재여부'에 대한 검증을 실시했다.
또한 핸드폰 통화내역 조사결과 정 씨가 국세청장에게 2000만원의 뇌물을 건넨 뒤 여의도로 이동 2시20분경 핸드폰 통화를 한 사실을 근거로 정 씨가 당일 전 씨에게 돈을 건넨 뒤 택시를 타고 여의도로 이동한 동선을 체크하는 한편 택시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CCTV 사각지대가 존재하는지 여부도 살펴봤다.
변호인측과 검찰측은 국세청사 좌우측 CCTV의 사각지대가 있는지 여부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제기했다. 변호인측은 특히 "지방청장 직위에 있던 정 씨가 궁색하게 방호원 등의 눈을 피해 청사를 출입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전 씨 변호인인 박영화 법무법인 한승 변호사는 "국세청사 엘리베이터 주변을 체크하는 CCTV를 복원하지 못했지만 국세청사 좌우측 CCTV는 지나가는 사람의 식별이 가능할 만큼 복원됐으며 당시(2006년 10월10일) 정 씨가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장검증단은 이어 청사 내로 진입, 당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당시 청장실(14층)으로 이동, 현장을 둘러봤다. 국세청은 최근 청장실을 14층에서 12층을 이전했으나 14층 현장은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이 날 현장검증은 약 30여분간에 걸쳐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