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전국 세정과장 모아놓고 국세 쪼개달라 '勢 과시'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재원 확충을 위해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하는 논의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행안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세정과장들을 한 곳에 모아 지방세포럼을 여는 등 기선잡기에 나섰다.
행안부는 한국지방재정학회와 공동으로 21일부터 3일간 강원도 춘천에서 전국 지자체 세정과장 500명과 학자 30명 등 530명을 모아놓고 '지방소득세·소비세 도입과 지방세 발전전략'을 주제로 '2008 지방세 발전포럼'을 열었다.
이날 행안부가 지방세 발전포럼에서 다룬 주제는 최근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받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상반기 마무리를 목표로 민감하게 논의하는 내용이다. 또 이같이 민감한 시기에 전국 지자체 살림을 도맡은 세정과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포럼에서 이재은 경기대 교수는 "세출규모로만 따졌을 때 지방의 비중이 더 커졌는데, 세입면에서 국세와 지방세가 여전히 8:2에 머물러 있다"며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도입 당위성과 관련 "실질적인 조세사용액은 국가가 40.7%, 지방자치단체가 41.2%, 지방교육자치단체가 18.1%"라며 "지방정부의 역할이 많은 이 때 지방세로의 더 많은 세원이양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지방정부의 역할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국세의 세율인하와 지방세의 세율인상이 필요하다"며 "지방정부의 세출권한이 확대됨에 따라 지방정부에서 개인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도입 및 확충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도 "지방소득세와 더불어 지방소비세 도입도 필요하다"며 "지방소비세는 소매업, 숙박업, 음식업 등을 세원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맞장구 쳤다.
■지방소득세 도입, 어떻게?
이 교수는 이날 "세입의 자치를 위한 지방세제개혁의 핵심은 기간세원인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지방소득세 도입과 관련한 네 가지 대안을 내놨다.
이 교수에 따르면 농지세를 농업소득에 대한 종합적인 소득과세체계로 개편하고 축산업, 임업, 수렵업, 어업소득 등 생산규모가 국지적인 부분의 사업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지방세로 이관해 지방소득세를 신설하는 것도 한 방법.
또 현행 지방세체계 내에서 주민세 소득할, 사업소세 종업원할 및 농지세 등 소득관련 과세를 통합해 지방소득세를 신설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현행 주민세 소득할, 사업소세 종업원할 등 기존 지방세제의 소득과세 기능을 강화해 주민세 소득할의 세율을 일정수준 인상하고, 사업소세의 대상을 확대·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내놨다.
아울러 소득관련 지방세 세목들을 국세에 통합하여 조세체계를 간소화하는 대신 소득과세의 지방세 이양을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공동세로 전환해 지방소득세를 신설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 지방소비세 도입은 어떻게?
곽채기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지방재정을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정분권화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면서 "지방소비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 세입자치를 폭넓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그는 "지방소비세의 경우 세원을 소매업, 숙박업, 음식업 등으로 삼는 것이 조세 외부성의 측면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숙박업과 음식업의 경우 과세발생지와 최종소비지 간에 일부 불일치 현상이 발생해도 오히려 재정적 외부성을 조세수출을 통해 상쇄 또는 내부화하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곽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들 세원을 분리해 지방소비세를 신설하더라도 부가가치세와의 통일된 틀 속에서 조세 부과 및 징수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무행정성의 효율성과 납세자 편의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